헌재, 탄소중립법 '헌법불합치'…"2031년 이후 감축 목표도 세워라"

머니투데이 정진솔 기자 2024.08.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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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기후환경시민단체의 어린이 회원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한국 정부의 기후소송 첫 공개변론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24.04.23./사진=뉴시스[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기후환경시민단체의 어린이 회원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한국 정부의 기후소송 첫 공개변론을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2024.04.23./사진=뉴시스


정부가 세운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현저히 낮고 이행 시기도 늦다며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보호해달라고 낸 '기후위기 소송'에서 헌법재판소가 미래 세대의 손을 들어줬다.

헌재는 29일 오후 2시쯤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낸 위헌심판청구(기후소송)에서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1항에 대해 만장일치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날 헌재의 결정에 따라 2026년 2월28일까지만 법적 효력이 유지된다. 이제 정부나 국회가 헌재의 결정 취지를 고려해 새로 기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청구인의 환경권을 침해한다고 봤다. 헌재는 "탄소중립기본법 제8조 제1항에서는 2030년까지의 감축목표 비율만 정하고 2031년부터 2049년까지 19년간의 감축목표에 관해서는 어떤 형태의 정량적인 기준도 제시하지 않아 과소금지 원칙에서 벗어난다"며 "감축을 실효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하는 방식으로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고 봤다.



과소보호금지 원칙이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했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탄소중립법 제3조 제1항, 수립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중 '중장기 감축 목표' 가운데 '부문별 감축목표' 부분 및 '연도별 감축목표'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모두 기각됐다. 또 청구인들의 나머지 심판청구와 공동심판참가인의 공동심판참가 및 보조참가 신청도 모두 각하됐다.

앞서 헌재는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 공개변론을 열고 청구인 측과 피청구인 측의 입장을 청취했다. 2차 변론에서 청구인 대표로 출석한 초등학교 6학년 한제아 어린이는 "어른들은 기후 위기 해결에 대해 대답을 회피하고 미래 어른인 우리에게 떠넘기는 것 같다"며 "그게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정부 측은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노력해왔고 2050년 탄소 순배출량 제로 달성을 목표로 이행하고 있다는 주장했다. 또 기후변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기 때문에 과소보호원칙을 위반하거나 환경권과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아시아 국가에서 처음으로 기후 대책의 위헌성에 대해 판단한 선고가 나왔다. 기후위기 관련 소송은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에서 제기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미국의 청소년이 주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 소송에서 처음으로 승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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