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 이진우 국장
이사회에서도 당연히 이 문제와 관련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이사회 멤버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보고누락 등을 언급하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현 경영진을 정조준한 점이 가장 당황스러웠다. 전임 회장 시절 벌어진 일이고 금감원 실무진과도 관련협의에 들어갔는데 느닷없이 경영진의 거취를 언급한 점에 주목했다.
임종룡 회장은 이날 이사회 직후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조사, 혹은 수사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르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사회에서 개진된 사내외 이사들의 의견과 맥을 같이한다. 일각에서 나온 조기퇴진설 등을 차단하면서 흔들리는 임직원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우리금융 한 인사는 "사태의 원인은 심플하다. 손 전회장이 자기 손으로 뽑지 못한 권광석 우리은행장(당시)을 견제하기 위해 임원, 본부장 인사권을 가져갔다. 은행장은 허수아비였고 모두 회장만 바라봤다. 과연 누가 견제를 할 수 있었겠냐"고 했다. 이 인사는 "그런데 현 임종룡 체제에서도 이 문제가 아직 다 해결되지 않았다. 과도한 권력집중은 내부통제 부실 내지는 비리를 잉태하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우리금융 관계자는 "은행 안팎에서는 갈등을 부추겨 이득을 보려는 세력이 이미 여러 곳에서 움직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어떻게 해결할지를 논해야지 벌써부터 누구의 책임인지를 묻는 것은 또 다른 의혹과 갈등만 부추길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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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의 고질적인 내부통제 부실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불법·탈법이 확인되면 전·현직을 막론하고 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만 '임종룡 체제'를 통해 명실상부 금융지주 완성체를 만들고 덤으로 뿌리 깊은 불행한 갈등의 역사를 끊는 실마리를 찾는 시점에서 너무나 아쉬운 일이 벌어진다. 우리금융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선 안 된다.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