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길 포기하지 마세요"…딥페이크 '여성 혐오' 악플에 일침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4.08.2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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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붙은 대자보/사진=온라인 커뮤니티대학교에 붙은 대자보/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전국의 대학교는 물론, 초중고교까지 딥페이크 성범죄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사회에 충격을 안기는 와중에,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악플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이에 한 대학생이 악플을 다는 이들에 "인간이길 포기하지 말라"는 대자보를 붙여 화제다.

28일 온라인 상에서는 성공회대학교에 지난 26일 부착된 한 대학생의 대자보가 화제가 되고 있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로 인간이길 포기하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대자보는 최근 딥페이크 텔레그램 성폭력과 관련해 '에브리타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히려 여성을 혐오하는 글이 다수 게시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개강일인 오늘 시간표 때문에 에브리타임을 보니 가관이었다"면서 "한 학우가 에브리타임에 딥페이크 성폭력 피해를 당하지 말라며 정보 공유글을 쓰자, 젠더 갈등을 유발하지 말라거나, x혐이라거나, 일베랑 페미랑 똑같다면서 논점을 흐리고 여성을 혐오하는 글이 다수 게시됐다"고 운을 뗐다.



심각한 디지털 성폭력이 발생했는데, 학교 내에 피해사례가 없는지 감시하고 성폭력 예방에 모색하기는커녕 남성들의 억울함만 호소하면서 디지털 성폭력 문제에 대한 논의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그는 "디지털 성폭력은 피해자의 인격이 훼손되기 때문에 피해자가 자살하는 경우도 많다"며 "여성의 목숨과 남성의 억울함을 아무리 저울질해도 남성의 억울함이 더 무거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을 통한 성착취물을 제작한 n번방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남성들의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26만명은 아니라면서 문제의 논점을 흐렸다고 짚었다.


그는 "결국 n번방 사건은 몇명 주동자만 처벌받고 끝났고, 사라진 n번방의 26만명은 22만명이 이용하는 딥페이크 성폭력으로 나타났다"며 "그때 해결되지 못한 성폭력이 지금 같은 방식으로 나타났고, 또 같은 방식으로 지워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여성들이 당한 폭력을 말하는 것을 왜 '남혐'이라 일컫는지, 성평등을 갈등으로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그는 일갈했다.



그러면서 에브리타임(커뮤니티)이 공론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여성 혐오가 늘어난다면, 결국 혐오하는 사람들만 남아있을 것이라면서 "부디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고 일침을 놨다.

누리꾼들은 이에 크게 공감했다. 전국적으로 나이와 지역, 학교를 가리지 않고 딥페이크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엄연히 피해자가 있는 범죄인데 본질을 흐리는 댓글에 답답했던 이들이 공감하는 분위기다.

한 누리꾼은 "남초, 펨코, 에타, 블라인드, 유튜브 같은곳에서 남자들은 군대 간다, 남녀 갈등이다 뭐니 헛소리 하면서 피해축소시키는 글들만 주구장창 보다가 암담했다"며 "지극히 정상적인 말을 이렇게 실명까지 밝혀가며 용기내준 거 너무 멋지다"고 적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지극히 상식적인 지성인의 모습" "여동생이 좋은 오빠 뒀다" "대자보 쓰는 용기가 대단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반면 대자보에 언급된 커뮤니티 중 일부는 "비슷한 논지로 주장하는 남 페미들 차단했다" "페미가 인간인 척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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