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
중앙공원과 센트럴파크처럼 크로스보더(Cross-border) M&A라고 하니까 뭔가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별거 없다. 요즘처럼 글로벌한 세상에서 거래 당사자들이 모두 내국인이면 국내 기업간 M&A인 도메스틱(Domestic) M&A고, 거래 당사자들의 국적이 달라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 간에 국경을 넘어 이뤄지는 M&A면 크로스보더 M&A라고 부른다.
외환위기 이전에도 몇 차례 중요한 크로스보더 M&A 거래가 있었다. 1995년 LG전자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 TV회사 제니스일렉트로닉스(Zenith Electronics) 지분 58%를 약 3억5000만달러에 인수했고 제니스의 브랜드를 활용해 미국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전략을 펼쳤다. 인수 후 LG전자는 기술력 강화와 경영개선을 시도했지만 시장 경쟁에서 계속 밀리며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 제니스는 1999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는 LG전자의 첫 대규모 해외 M&A 실패사례로 기록됐다.
아마도 한국의 많은 기업은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해외 M&A 실패사례를 보며 크로스보더 M&A를 아주 어렵고 위험한 일로 인식하게 됐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를 극복하며 한국 기업들의 지배구조, 수익성 등은 많이 개선됐고 한국 기업들도 해외 기업을 인수하는 아웃바운드 크로스보더 M&A에 나섰다. 2000년 이후 국내 기업의 대규모 해외 기업 인수사례로는 2007년 말 두산그룹의 미국 건설 중장비회사 밥캣 인수(51억달러),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80억달러), 그리고 2021년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90억달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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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보더 M&A는 도메스틱 M&A보다 몇 배 어렵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필수불가결한 성장전략이다. 깨질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지만 계속 시도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 나이, 국적, 성별, 공채여부 등을 따지지 않는 유연한 고용문화와 함께 이렇게 육성한 인재들을 잘 활용해 많은 글로벌 기업이 탄생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아닌 낯선 해외에서 익숙해지기까지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반영은 인베스터유나이티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