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 미국 웨스팅하우스 '한수원 원전' 수출 발목 잡나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8.2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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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가 지난달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전 수주에 반발해 체코 정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사업 수주에 도전했으나 중도 탈락했었다.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26일(현지시간) 웨스팅하우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자로 한수원을 선정한 데 대해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사업자는 입찰 때 제시된 원자력 기술을 체코와 현지 공급업체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면서 "한수원이 제시한 APR1000과 APR1400 원전 설계는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시스템80 기술을 활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수원은 원천 기술을 소유하지 않으며 제3자에 웨스팅하우스의 허가 없이 2차 라이선스를 제공할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며 "더구나 미국 정부로부터 기술 수출에 필요한 승인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권한은 웨스팅하우스만이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웨스팅하우스는 또 체코가 한수원 원전을 채택하는 건 "미국 기술을 불법적으로 쓰는 것이자 체코와 미국에서 생길 청정 기술 일자리 수만개를 한국에 수출하는 것"이라며 웨스팅하우스 선정 땐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에 1만5000개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현재 진행 중인 국제 중재와 미국 소송을 통해 지식재산권과 미국 수출통제법 준수를 강경하게 방어해나갈 것"이라며 "중재에 대한 결정은 내년 하반이 이후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지난달 17일 체코는 총사업비 24조원 규모의 두코바니 지역 신규 원전 2기 건설 프로젝트의 우선 협상대상자로 한수원을 선정했다. 내년 3월 정식 계약 체결 후 오는 2029년 착공하고 2036년부터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 입찰엔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가 도전했으나 웨스팅하우스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중도 탈락했고 한수원과 EDF 이파전에서 체코 정부는 가격·품질·납기 3박자를 다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한수원을 최종 선택했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에도 한국형 원전이 미국 수출통제 대상인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활용했다며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다만 지난해 10월 미국 법원은 수출통제는 미국 정부의 권한이므로 민간 기업에 소송 자격이 없다고 판단해 기각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항소한 상태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소송 제기 이후 대한상사중재원을 통해 별도의 국제 중재 절차를 진행 중이다. APR-1400을 포함한 한국형 원자로 개발 과정 초기에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적 도움을 받았지만 완전 자립화를 이룬 만큼 지식재산권 침해 분쟁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게 한수원의 입장이다. 중재 절차는 양측의 주장을 바탕으로 직접 본안 쟁점인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활용 여부 및 수출통제 대상 포함 여부를 다룬다. 중재 절차 특성상 승소와 패소 결론뿐 아니라 양측의 합의 가능성도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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