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올려도 큰 소리 떵떵…'슈퍼을' 된 TSMC, 삼성의 돌파구는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4.08.1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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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그래픽 = 이지혜 디자인기자


가격 올려도 큰 소리 떵떵…'슈퍼을' 된 TSMC, 삼성의 돌파구는
파운드리 1위 TSMC가 선단(첨단)공정 가격을 인상하면서 최대 경쟁자인 삼성전자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벌어지고 있는 점유율 격차를 좁힐 기회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뚜렷한 양산 이력이 없어 이탈 물량을 흡수하기 어렵다는 우려에도 힘이 실린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최근 3나노와 5나노 공정의 가격을 3~8% 범위에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고객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오는 2025년 1월부터 적용되며, 장기 목표수익률인 53% 달성을 위해 추가 조정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 일부 고객사의 반발에도 엔비디아, AMD 등 대형 고객사가 이미 인상에 합의하면서 가격 인상안이 통과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 인상은 파운드리 시장의 '슈퍼을'이 된 TSMC의 입지를 보여준다. TSMC는 지난해부터 가격 인상 압박과 납기 지연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AI(인공지능)용 고부가 칩을 안정적인 수율로 만들 수 있는 곳이 사실상 TSMC 한 곳에 불과해 고객사들이 오히려 눈치를 본다.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최고경영자)도 "TSMC의 현재 가격이 너무 낮다"며 지원사격에 나설 정도다.

TSMC와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는 삼성전자는 입맛이 쓰다. 지난 1분기 기준 파운드리 시장의 점유율은 TSMC가 61%, 삼성전자가 11%로 큰 차이가 난다. 수익성이 높은 HPC(고성능컴퓨팅) 분야 대신 모바일에 파운드리 수요가 치우쳐 있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TSMC가 빅테크의 구애를 받고 있는 동안, 삼성전자는 뚜렷한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지도 못했다.



업계는 TSMC가 가격을 인상하더라도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물량을 흡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본다. 기술력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으나, 양산 경험에서 약점이 있어 고객사 이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성의 3나노 수율은 TSMC에 뒤처지지 않는 60~70%로 알려졌지만, 뚜렷한 빅테크 공급이 없다는 점은 아직 신뢰도가 낮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수요가 폭증 중인 AI 분야 파운드리는 가격보다는 성능과 수율이 핵심적인 사업이다. 공급이 지연되고, 가격이 더 높아지더라도 우수한 수율과 패키징 기술(CoWoS), 풍부한 양산 경험을 갖춘 TSMC에 맡기려는 고객사가 많다. 삼성전자가 물량 확보를 위해서는 가격 대신 독자 공정인 GAA(게이트올어라운드)나 2.5D 패키징 기술인 '아이큐브' 등 기술 강점을 부각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최대 경쟁자인 AMD의 리사 수 CEO가 삼성전자가 강점을 갖춘 3나노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 채택을 시사한 것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삼성전자가 일단 빅테크 공급에 성공하면, IP(설계자산)부터 파운드리, 패키징까지 공급하는 IDM(종합반도체기업) 역량을 요구하는 고객사가 늘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TSMC가 첨단 반도체 생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어 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탈 물량의 흡수에 집중하기보다는 독자 공정의 강점을 활용해 수율·성능이 뒤처지지 않는다는 인식을 굳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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