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 추이/그래픽=이지혜
5일 오후 3시 기준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4.3엔(2.93%) 하락한 달러당 142.3엔에 거래됐다. 지난달 3일 최고 162엔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한 달 만에 고점 대비 12% 가량 하락했다. 그만큼 엔화가 달러 대비 절상됐다는 의미다. 급격한 엔화 강세 배경으로 일본 중앙은행(BOJ)의 정책금리 인상이 꼽힌다. BOJ는 지난달 31일 정책금리를 기존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일본 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미국 금리인하가 확실시되면서 미·일 금리차 축소에 대한 기대도 엔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현재 시장은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할 확률을 82.5%로 본다. 올해 남은 2번의 FOMC에서 0.75%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해 연말에는 4~4.25%까지 내릴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금리(5.25~5.5%)보다 1.25%포인트 낮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반영해 최근 한 달 동안 달러지수는 약 2% 하락했고 엔화 강세를 부추겼다.
엔화 강세로 인한 시장의 우려는 급격한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렴한 엔화로 해외주식이나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들은 엔화가 절상될 경우 환차손을 입게 된다. 여기에 더해 해외주식 가치도 하락하게 되면 환차손과 자산가치 하락이 동시에 벌어져 엔화 투자자들의 투매를 가속화할 수 있다.
엔화 강세 영향으로 일본 증시가 급락하자 외국인이 아시아 증시에서 변동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파생상품 거래를 늘렸다는 분석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 반전과 일본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국내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파생상품으로 헤지(위험회피) 포지션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의 우려는 엔캐리 청산 본격화로 증시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과거 엔캐리 트레이드의 무질서한 청산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적은 3차례 있다.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파산 사태 △2001년 닷컴버블 △2006~2008년 일본의 금리 인상과 미국 서브프라임 모지기 사태 등이다. 당시 주가 급락과 함께 미국의 금리 인하가 동반되면서 엔캐리 청산을 부추겼고 이로 인해 자산가격 변동성이 더 확대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연준은 경기 연착륙 기대 속에 물가 안정으로 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다"며 "예상과 달리 경기 급랭 속에 급격한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의 추가 청산으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가 동반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외환시장의 관심은 엔화 가치의 급격한 절상 속도의 지속 여부"라며 "단기 급등에 따른 숨 고르기가 예상되지만 엔화 추가 절상 여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