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비정상의 정상화인가, 침체인가

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4.08.06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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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투자에서 영원한 것은 없다. 확신이 강해지고 굳어지는 순간 질서는 붕괴한다. 불안감이 커지지만 사람들은 선뜻 판을 떠나거나 비관적 예측을 꺼린다. 분명해 보이는 신호를 봤다고 이야기하던 많은 사람이 거센 상승의 흐름 속에서 쓸려나가고 비웃음 속에서 사라지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누구도 브레이크를 걸지 못하고 다른 이야기를 꺼리는 순간 문제는 심각해진다. 한두 번의 붕괴와 회복이 반복되면서 사람들은 불안하지만 선뜻 떠나지 못한다. 그러다 붕괴의 순간이 찾아온다. 희망은 사라지고 사람들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투자의 판을 떠날 때 폐허 속에서 다시 사이클이 시작된다.

익숙한 사이클이지만 최근 흐름은 이런 사이클이 사라진 것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산시장을 떠받치기 위한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 및 정부의 행동이 15년 넘게 이어지면서 투자자들은 침체의 전조를 알리는 지표를 만나게 되면 금리인하와 유동성 증가를 통한 자산시장의 상승을 확신한다. 어떤 문제가 있어도 중앙은행이 구제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여러 차례 경험을 통해 경험칙이 됐다. 모든 나라가 부진과 어려움을 겪더라도 미국 주식시장과 강달러는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은 확신이 됐다. 미국 경기가 잘나가기 때문에 미국 증시와 달러는 강세고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믿을 곳은 미국밖에 없기에 다시 미국으로 돈의 흐름이 집중되면서 미국 증시와 달러의 안정성은 더욱 강해진다는 논리가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1871년 이후 역사가 기록한 경기후퇴의 사이클은 명백하다.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발생하고 신용경색이 나타난다. 이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리가 인하되지만 오히려 주가는 하락한다. 주식시장이 붕괴되면서 기업의 이익도 감소하고 이후 실업률이 정점을 기록하게 된다. 중앙은행이나 정부 또는 큰손의 개입에 따라 흐름이 늦춰지거나 약화할 수 있지만 사이클 자체를 뒤엎지는 못한다. 명백한 과거 경험이 존재하지만 언제나 '이번에는 다르다'는 논리가 팽배하면서 투자자들은 불안감을 떨치고 용감하게 투자에 나서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패배자로 간주되곤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확신에 차 있는 것 같다. 국장은 피해야 하고 미장에는 무조건적 신뢰를 보낸다. 서울 신축아파트는 오늘이 제일 싸고 현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쓰레기가 된다고 여긴다. 현금을 자산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다.

그렇지만 우리를 둘러싼 흐름이 달라지고 있다. 영원히 제로금리에 머물러 있을 것 같던 일본의 금리가 오르면서 큰 흐름의 변화가 나타난다. 해외로 나갔던 엔화가 돌아오면서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된다. 인구감소와 생산양식의 변화에 따라 오래 지속될 것 같던 노동력 부족은 한순간에 실업률 상승으로 변화하고 있다. 시장의 유동성이 축소되고 소비자의 주머니 속 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의 이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부풀어 올랐던 모든 것이 꺼지고 재평가받으면서 재정렬되는 상황이 다가온다. 이것을 가리켜 침체나 불황이라고 이야기하기는 곤란하다. 지난 15년간의 비정상 흐름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도 괜찮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현실을 인식하고 안전한 방공호를 찾아야 할 때가 다가온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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