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쓸어 담던 외국인 변심…반도체주 정점? 증권가는 "멀었다"

머니투데이 홍재영 기자 2024.08.03 07:00
글자크기
국내증시 외국인 순매수 규모 및 종목 추이/그래픽=이지혜국내증시 외국인 순매수 규모 및 종목 추이/그래픽=이지혜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증시 매수세도 흔들린다. 지난 달 누적 순매수세는 유지됐지만 월 후반으로 가면서 매도 폭이 커져 월별 순매수 규모는 전월 대비 확연히 줄었다. 8월 들어서는 순매도세다. 특히 외국인이 사들였던 대형 반도체주에 대한 기조가 확연히 바뀌었다.

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은 1조7155억원 순매수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외국인이 국내증시에서 2조8980억원 순매수 하면서 8개월째 바이코리아(한국 증시 매수)를 이어 가고 있다고 지난달 밝혔다. 7월에도 순매수세가 지속되면서 바이코리아는 9개월간 이어진 셈인데 다만 그 규모는 전월에 비해 약 41% 줄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지난 1일에는 4764억원 순매수 했지만 다음날인 2일 코스피 시장에서 8469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500억원 순매도 했다(오후 4시21분 기준). 외국인이 대량 매도한 2일 코스피 지수는 3.7%, 코스닥 지수는 4.2% 급락했다.

7월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급감하고 8월에도 이 추세가 이어지는 것은 7월 후반으로 가면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지난 7월1일부터 16일까지는 국내증시에서 3조4314억원 순매수 했지만 17일부터 31일까지 1조7159억원 순매도 했다. 미국 금리인하 관련 경계심리,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당선 수혜주로 투자금이 이동하는 현상), 엔화 강세, 빅테크 실적 우려 등이 겹치면서 증시가 흔들리자 자금이 빠진 것으로 보인다.



순매수, 순매도 상위 종목을 보면 그간 증시 상승세와 외국인 매수세 유입을 이끌어 온 반도체주들의 변동성이 심화한 것이 나타난다. 7월 전체로 보면 가장 많이 순매수 한 종목은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 (64,400원 ▼1,900 -2.87%)였다. 7월 한 달 동안 2조7691억원 순매수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990,000원 ▲19,000 +1.96%)가 3933억원으로 뒤를 이었고 삼성전자우 (52,500원 ▼900 -1.69%)는 3639억원으로 3위였다. 7월 전반에는 삼성전자의 매수세가 더 강했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집중된 17일 이후부터는 다른 양상이 보인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지난 17일부터 7월 말까지 3388억원 순매도 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 (162,800원 ▼6,000 -3.55%)를 1조9131억원으로 가장 많이 순매도 했는데, 높은 매수세를 보이던 삼성전자까지 순매도 하면서 대형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했음을 나타냈다. 지난 2일에도 외국인은 하루만에 삼성전자를 2887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3711억원어치(오후 4시17분 기준) 순매도 했다.

이는 최근 반도체주 투자심리를 악화하는 여러 요인이 겹쳐 그간의 반도체주 쏠림 현상을 해소하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 필요성을 시사하면서 대만 반도체 산업을 언급했다. 또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강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반도체주가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아직 반도체주의 피크아웃(정점 통과)이 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며 "반도체 업종은 경기 불확실성과 최근 AI 회의론에 따른 급격한 주가 하락을 겪었으나, AI 캐펙스(CapEx·자본적 지출)에 대한 의구심이 완화되는 국면에서 메모리 사이클에 대한 관점은 업사이드 제한이 아닌 추가 상승 여력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