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방 출신 전공의 안받겠단 교수들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4.08.01 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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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31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 내 전공의 모집 공고 안내문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사진= 뉴스1 하반기 전공의 모집 마감일인 31일 오후 서울시내의 한 대학병원 내 전공의 모집 공고 안내문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사진= 뉴스1


정부가 7월31일까지 하반기 수련할 전공의를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극소수에 그쳤다. '빅5' 대형병원에도 지원자가 거의 없었다. 전공의들은 정부가 내년 의대 증원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이미 정해진 정원을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공의들 상황이 녹록하진 않다. 1만명 이상의 사직 전공의들이 개원가에 한 번에 나오며 구직난이 발생했다. 피부미용 관련 무경력 일반의 월급도 연초 세후 월 1000만원 이상에서 최근 월 600만~700만원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전공의 입장에선 수련을 지속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지 않으면 앞으로 고소득을 기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의료현장에 복귀할 요인이 있을 수 있었지만 악영향을 미친 게 있었다. '빅6' 의과대학 교수들의 수련 거부 선언이다.



연세대, 가톨릭대 의대 교수들은 하반기 채용 전공의들을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교육을 거부했다. 고려대의료원 교수들은 탈락 사유에 '지역 의료 붕괴' 등을 포함해 지역 출신 전공의는 받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모든 전공의들은 같은 의사이며 제자인데, 이들을 굳이 기존 학교와 수련병원에 따라 나누고 소위 명문의대로 불리는 본인들 대학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 셈이다.

이에 각계각층의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는 "전공의들을 제자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갈라치기를 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차별"이라고 했다. 환자단체는 "국민의 치료권을 방해하는 행동은 자랑스런 학풍이 아니라 몰염치하고 반인륜적 학풍임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철회하길 바란다"고 힐난했다.



전공의 부재로 피로도가 극심하다고 호소하는 교수들이 오겠다는 전공의를 막는 행동이 자기모순이란 비판도 나온다. 결과적으로 교수를 포함한 의료진은 더욱 지쳐가게 될 것이며 의료공백도 깊어질 것이다.

정부는 대안으로 전공의 의존도를 줄이는 상급종합병원의 구조전환을 추진한다고 한다. 8월 말까지 구체적 방안을 내놓겠다지만 의구심이 커진다. 중증·응급환자 관련 적절한 의료수가를 받으며 병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하는 상세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 의대 교수들도 더 나은 의료체계를 위한 대안을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박미주 기자박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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