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한국전쟁, 가능성 낮아도 0% 아니야…최악의 시나리오는?

머니투데이 이지현 기자 2024.07.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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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서 남북한 전면전이 발생하면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첫 해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는 약 4%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추정된 규모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피해 규모의 두 배가 넘는다. 이 분석은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은 작게 봤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제로(0)'는 아니라고 짚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탱크병대연합부대간의 대항훈련 경기를 지도하는 모습.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탱크병대연합부대간의 대항훈련 경기를 지도하는 모습.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전면전 첫해 한국 GDP 37.5% 감소…전 세계 경제에도 '치명타'
블룸버그통신은 28일(현지시간) 산하의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분석을 인용해 한반도에서 전면전 발생 시 첫해 한국의 GDP가 37.5% 감소할 수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적으로는 수백만 명이 사망하고 전 세계 GDP의 3.9%인 4조달러(약 5526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감소한 전 세계 GDP 규모 5.9%의 뒤를 잇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피해 규모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감소한 전 세계 GDP는 약 1.5%로 추정된다. 1991년 걸프전과 2001년 9·11테러 당시에는 전 세계 GDP가 각각 1.0%, 0.6% 감소했다.

최근 글로벌 위기와 전 세계 GDP 변화 추정치/그래픽=김지영최근 글로벌 위기와 전 세계 GDP 변화 추정치/그래픽=김지영
블룸버그는 한국을 '지정학적 단층선 위에 세워진 반도체 공장'이라며 전 세계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이 발발하면 한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은 80% 이상 파괴될 수 있고 만약 한국의 전자제품 수출이 중단되면 세계 경제에 충격이 가해질 것으로 봤다. 남북한 전면전 시 중국 GDP는 1년 사이 5.0%, 미국의 GDP는 2.3%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한국은 전체 반도체 메모리 칩의 약 40%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홀로 전 세계 D램(DRAM)의 41%, 낸드(NAND)의 33%를 만든다. 블룸버그는 북한 미사일 공격의 사정권인 서울과 수도권에 한국 인구의 약 절반인 약 2600만 명이 거주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한국의 수도권 지역엔 반도체 생산량의 81%, 전체 제조업 생산량의 34%가 밀집돼 있다.

만약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그의 정권에 대한 실존적 위협을 인식한다면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북한은 한국, 일본, 미국에 대한 핵 공격을 시도하기에 충분한 약 80~9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전쟁 발생 가능성이 여전히 낮다고 봤다. 특히 전쟁은 김정은 정권의 몰락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한 사이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그렇다고 '제로(0)'인 것은 아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양에서 김 총비서를 만난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에 대한 중국의 위협으로 이미 흔들린 전 세계에 또 다른 위험을 더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정권의 붕괴' 현실성 있다…전면전보다 가능성 높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옹령이 지난달 19일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만났다.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옹령이 지난달 19일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만났다. /사진=(평양 노동신문=뉴스1)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또 다른 잠재적 시나리오로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제시했다. '북한 내부 혼란', '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김 총비서로 집중된 권력', '극심한 빈곤' 등은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지기에 이 시나리오는 현실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반도 전면전보다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만약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경우 한국은 심리 악화 등으로 무역량이 줄어들고 산업 생산도 줄어 GDP가 2.5%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르면 중국, 미국, 전 세계 GDP는 각각 0.5%, 0.4%, 0.5% 감소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이 붕괴할 경우 미국, 한국, 중국의 최우선 과제는 '북한의 핵무기 확보'가 될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과 한국, 북한과 중국 사이 군사적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2022년 5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을 지낸 김건 국민의힘 의원은 "현 상황은 양측 간 긴장이 이어지고 있으나 안정적이며, 어느 쪽도 상황을 악화시킬 요인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자신들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우리 스스로도 전쟁에서 승리해도 큰 대가를 치르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재선'이 변수…"한국, 자체 핵무장 필요할 수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롯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이후 첫 선거 유세를 가졌다. /AFPBBNews=뉴스1(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롯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 이후 첫 선거 유세를 가졌다. /AFPBBNews=뉴스1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북한 정권이 지속되면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의 긴장이 지속되는 것'으로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오늘날 북한은 핵무기를 비축하고 러시아와 동맹을 맺는 등 2000년대 초반보다 훨씬 강력한 위치에 있다"며 "특히 러시아의 기술은 북한 미사일의 사거리와 신뢰성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으며 북한이 핵으로 주요 미국 대도시를 위협하려 할 경우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고 짚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예정된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는 경우도 한반도 상황에 변수가 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집권 당시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로 완전히 없애버리겠다"고 경고하면서도 2018년 싱가포르와 2019년 하노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블룸버그는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한미 합동 군사훈련과 미국의 전략 자산 배치, 주한 미군 배치 등의 한반도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예측했다. 아울러 그가 한국과의 동맹을 파기하겠다고 나설 경우 한국은 자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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