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만에 '100엔=900원' 회복…'엔테크족' 기대감도 ↑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4.07.29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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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원엔 환율 추이/그래픽=김현정올해 원엔 환율 추이/그래픽=김현정


일본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기대감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낮은 엔화 가치 언급, 달러 약세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면서 최근 엔화 강세가 나타났다. '슈퍼 엔저' 흐름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엔화값 상승에 기대를 걸고 투자했던 '엔테크족'의 자금 청산 기대감도 오른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재정환율은 900원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26일 오후 3시30분 기준(하나은행 고시)으로는 901.77원을 기록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 4월16일(902.74원) 이후 약 3개월 만에 다시 900원대로 올라왔다. 지난달 850원대까지 내려갔던 원/엔 환율은 이달 들어 점차 회복세를 보이면서 50원 가까이 올랐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엔화와 원화는 직접 거래되지 않는다. 기준환율인 달러를 중간에 두고 간접적으로 계산한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기준 154엔까지 내려왔다. 이달 초 대비 4.2% 하락했다.

최근 엔화 강세가 나타나는 배경에는 미국과의 금리차이가 좁혀질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3월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8년간 이어지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냈다. 다만 추가 인상에 나서지는 않았는데 최근 들어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엔화가 강세로 전환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높아진 상황이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고 BOJ가 금리를 올리면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이는 줄어들게 된다. 그동안은 양국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엔화 약세를 부추겼다. 금리를 결정하는 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는 오는 31일 열린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BOJ 금정위에서 금리인상과 국채 매입규모 축소 관련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험회피 심리가 유입된 가운데 일본 금리인상 가능성이 확대되면서 나타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흐름이 엔화 강세 폭을 키운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후보가 달러화 약세를 유도하는 제2의 플라자합의를 언급한 것도 엔화 강세를 지탱하는 요인이다. 중장기적으로 엔화 강세 흐름은 더 이어질 전망이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 당선될 경우 엔화 강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며 "일본 금융당국의 환시 개입도 추가적인 엔화 약세를 방어하는 등 정치적 논리로 보면 엔화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엔테크족'의 투자 자금 청산 기대감도 높아진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엔화 약세에 국내 거주자의 엔화 예금 잔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거주자 엔화예금 잔액은 101억3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6000만달러 늘었다.



지난 5월 사상 처음으로 엔화 예금 잔액이 100억달러를 넘어선 데 이어 규모를 더 키웠다. '지금이 저점'이라는 인식 아래 엔화를 사 모으고 엔화 값이 오르면 되팔려는 투자 수요가 이어지면서다. 이전까지는 엔화 예금 비중은 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개인 비중이 늘기 시작했다. 지금은 개인 비중이 약 4분의 1 정도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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