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찰 '과로 순직 참사' 예방을 위한 새로운 제안

머니투데이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주임교수 2024.07.2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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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사회는 연이은 경찰관 순직 사건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불과 열흘 사이 세 명의 경찰관이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은 우리나라 치안 시스템이 직면한 심각한 위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들 죽음 뒤에는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압박감이 자리 잡는다는 점에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임이 분명하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수사권 독립 후 경찰의 업무 부담이 크게 증가했다. 고소·고발 반려제도 폐지, 수사팀 통·폐합, 형사기동대·기동순찰대 출범 등으로 인해 사건 수는 급증한 반면, 수사 인력은 오히려 줄었다. 일례로 강원 춘천경찰서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상반기 접수 사건이 137% 증가했지만 인원은 오히려 감소했다고 한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우리나라 고소 건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많다는 것이다. 연구 논문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연간 약 40만 건 이상의 고소가 접수되며 이는 전체 형사사건의 약 25%를 차지한다. 일본의 경우 2017년 기준으로 전국 검찰과 경찰에 접수된 고소 사건은 9180건에 불과했다. 고발 건수를 포함해도 연간 1만 5천건을 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수치는 한국의 연간 고소건수가 일본의 55배에 달하며 인구비례를 감안하더라도 무려 146배에 이른다. 고소가 이처럼 남발되는 상황은 경찰의 사건처리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극명한 차이는 우리나라 경찰의 업무 부담이 얼마나 과중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며 동시에 현재의 치안 시스템이 직면한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더욱이 피해 회복과 권리 실현을 위한 억울한 민원을 해소할 수 있는 구조가 부재하다는 점도 경찰 업무 과중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오직 경찰이라는 공권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필연적으로 경찰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행 민간경비 제도가 일정 부분 경찰의 업무를 보완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절도 예방 등 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민간경비는 범죄예방이라는 경찰의 업무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다. 지구대와 파출소의 업무 부담이 경감된 것이 그 증거다. 만약 이 제도가 없다면 아무리 많은 경찰관을 채용한다 해도 범죄예방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간조사 분야에서는 이러한 보완책이 부재한 상황이다. 수사부서의 과중한 업무가 결국 경찰관의 순직이라는 비참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공권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 대안 중 하나로 '탐정'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탐정은 공권력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경찰력을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공권력의 사각지대 조사, 정보 수집 및 제공, 실종자 수색, 증거 수집, 기업 보안, 사기 조사 등이 그 예다. 이러한 탐정의 역할은 현재 경찰이 직면한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경찰관들이 과중한 업무로 인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단순 업무들을 탐정들이 담당할 수 있다. 또한 의료분쟁, 보험범죄, 첨단 산업 분야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에서는 탐정의 전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

물론 탐정제도의 도입이 무조건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탐정과 경찰의 효과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탐정의 활동 범위와 권한을 명확히 규정하는 법적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격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며 효과적인 관리 감독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된다면 탐정은 경찰력을 보완하는 중요한 파트너로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이미 탐정제도를 도입하여 긍정적인 결과를 얻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대부분에서는 탐정제도를 법제화 및 규범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여러 국가에서 각국의 실정에 맞는 탐정 관련 법규를 마련하여 탐정업을 합법적으로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국민들은 해결사적 조사서비스인 탐정업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치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탐정제도의 도입은 그 새로운 패러다임의 하나가 될 수 있다. 탐정은 경찰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공권력과 협력하여 더 나은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완재로서 기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경찰관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시민들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탐정제도 도입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다. 더 이상의 경찰관 과로 순직 참사를 예방하고 모두의 안전과 행복한 삶을 위해 보다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치안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우리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교수최순호 서울디지털대학교 탐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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