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 이진우 국장
최 회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임 회장은 이사회에 들어가 우리투자증권의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인수할 여건은 되는지, 인수하면 시너지나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농협금융과 농협중앙회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등을 조목조목 설명해 결국 이사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임 회장은 인수가 확정된 뒤 우리투자증권도 직접 찾아갔다. 직원들에게 인수 이후 청사진을 공개하면서 제일 먼저 "관리임원 1명 빼고는 농협 쪽에서 아무도 내려보내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거취에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는 임원과 간부들을 안심시켰다. 특히 당시 IB(투자은행) 쪽 키맨이던 정영채 전무를 만나 "딴마음 품지 말고 나중에 여기서 사장을 하라"고 다독였다. 그렇게 우리투자증권은 NH투자증권이란 새 이름으로 농협과 한식구가 됐다. 정영채는 실제로 훗날 대표에 올라 NH투자증권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포스증권 인수가 최선이 아닌 차선에 가깝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승부사' 기질이 있는 임 회장은 조급해하지 않고 업(業)을 정확히 바라보면서 더 큰 '승부수'를 찾고 있다. 어차피 임기 중에 모든 것을 이루기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인지 "금융은 슬로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의 본원적 강점인 기업금융의 경쟁력을 높이고 우리투자증권이란 플랫폼을 기반으로 시너지를 살리면서 좋은 매물이 나오면 또 갖다 붙이면 된다.
행정절차야 그렇다 치고 우리금융의 증권업 진출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인재확보가 필수인데 생각보다 속도가 빠르다. 때마침 미래에셋증권의 세대교체 바람과 함께 옛 대우증권 출신 인재가 속속 모여들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이란 후광을 매개로 좋은 인재들을 찾아다닌다. 누구보다 업을 잘 알기에 전문가를 중용한다는 원칙도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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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10여년 전 임종룡에 의해 사라진(?) 우리투자증권과 임종룡에 의해 다시 태어난 우리투자증권. 앞으로 10년 뒤 '우리투자증권'의 역사를 복기할 때 임종룡의 승부수는 어떻게 기록될까.(이진우 더벨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