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차선 바꾸려니 그 앞에 정지선 '셋'…한은 고민 커진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2024.07.29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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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금리인하 골든타임⑤

편집자주 물가 둔화세가 뚜렷해졌는데 내수 회복은 요원하다. 한국은행과 정부는 낙관 전망을 내보였지만 국민들에게 체감될 정도의 경기 회복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통화정책이 시차를 두고 경기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금리인하 골든타임'을 놓쳐선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가와 경제성장, 환율, 가계부채 우려 등 금리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본다.

부동산 매수우위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부동산 매수우위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금리 인하 목전에서 한국은행의 고민을 깊게 하는 것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 그리고 환율이다.

28일 KB부동산 데이터허브에 따르면 서울 매수우위지수는 지난 22일 기준 72.1을 기록했다. 2021년 11월1일(74)이후 최고치다. 매수우위지수는 사람들이 집을 사려는 심리를 지표화한 수치다. 주택 매매 수요와 공급이 일치할 때를 100으로 본다. 기준선인 100보다 숫자가 클 경우 시중에 매도자보다 매수자가 많다는 의미한다.

이 지수는 2021년 10월4일(96.9) 이후 줄곧 100선을 하회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며 2022년 11월28일(15.8) 최저점을 찍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반전됐다. 지난 1월1일 25.2를 기록한 이 지수는 올해 내내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5월 이후 상승세가 가파르다. 5월13일 32.1을 기록하더니 △6월3일 42.1 △6월24일 52.1 △7월1일 62.5 △7월22일 72.1까지 올랐다.

서울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 '패닉 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줄고 2~3년 뒤 공급 물량을 가늠할 인허가 지표가 바닥을 치자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지금이 내 집 마련의 적기'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다.



길었던 '물가와의 전쟁'을 끝내고 이제서야 기준금리 인하를 본격적으로 논의해보려던 한은에겐 또다른 고민거리가 생긴 셈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잘못된 신호를 줘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정책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금통위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발(發) 가계부채 증가세도 한은의 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요인이다. 지난달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은 한 달 사이 6조3000억원 늘었다. 상반기 누적 증가규모(26조5000억원)는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수요를 자극해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가계부채 증가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집값이 꿈틀대자 추가 공급대책을 강구하고 시중은행들로 하여금 가계부채 관리를 당부하고 나선 정부 정책과 '엇박자' 논란이 일 수 있다.

이 총재가 물가 안정세를 근거로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을 전환할 준비'를 하겠다면서도 동시에 '금융안정' 측면을 같이 고려하겠다고 한 이유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은으로선 금융안정 측면에서 최근 서울, 수도권 집값이 오르고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어 고민이 클 것"이라며 "연기된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9월부터 시행된다고 하면 그전까지 미리 취급될 대출 수요가 또 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한은이 8월에 금리를 내리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도 한은의 금리인하를 머뭇거리게 하는 변수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의 특성상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한미금리차는 역대 최대폭(2%포인트)으로 벌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마지막 영업일이었던 12월28일 1288원에 거래를 마쳤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들어 야금야금 오르더니 최근엔 1380원대(27일 새벽 2시 종가 기준 1384원)를 기록 중이다. 지금보다 한미금리차가 더 벌어지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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