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석은 여장도 납득이 된다니까

머니투데이 이경호 기자 ize 기자 2024.07.28 07:00
글자크기
영화 '파일럿'의 조정석./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쏠레어파트너스(유)영화 '파일럿'의 조정석./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쏠레어파트너스(유)


연기로 대중을 사로잡는 배우가 있다. 현실에서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배우, 조정석이다. 조정석이 이번엔 미적 아름다움을 더한 '파일럿'으로 대중 곁으로 온다. 여장도 납득되는 조정석으로.

조정석이 오는 31일 개봉하는 영화 '파일럿'(감독 김한결)으로 관객들과 만남을 앞두고 있다. '파일럿'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다. 스웨덴 영화 '콕핏'을 원작으로 했다.



'파일럿'은 스토리나 주인공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식은 여느 코미디 영화와 큰 차별점은 없다. 관객들이 "와! 신선해" "어쩜 이럴 수가!"라는 말보다 '이거 뭐야?'라는 생각으로 감상 오류를 느낄 수도 있다. 단순하게 보면, 여장한 남자의 새 인생 도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스토리, 극 중 전개에 담긴 메시지로 접근할 작품은 아니다.

파격적인 스토리,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를 찾으며 감상할 '파일럿'은 아니다. 이 영화는 조정석 때문에 봐야 할 영화다.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접하지 못할 조정석의 매력이 담겼다.



영화 '파일럿'의 조정석./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쏠레어파트너스(유)영화 '파일럿'의 조정석./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쏠레어파트너스(유)
조정석은 '파일럿'의 단조로움을 연기로 와해한다. 자칫 '단순 여장'으로 외형적인, 1차원적인 웃음 고도를 한 단계 상승시킨다. 특유의 너스레, 실생활 같은 연기 변주는 관객들이 웃을 만한 포인트다. 속눈썹 붙이고, 가발 착용하고, 치마 입고. 이는 이미 여러 영화, 드라마에서 여장하는 남자 주인공을 접했다. 자칫 흔한 연기로 다가올 수 있는 여장을 조정석은 능청이라는 조미료를 첨가했다. 여장하지 않은 조정석의 코믹 연기가 붙으면서, 쏠쏠한 재미를 선사할 수 있었다. 여장으로 인해 겪게 되는 남성의 고초를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만약, 실생활에서 여장을 한다면 자신도 모르게 할 실수를 억지가 아닌 자연스럽게 그려냈다.

여장 연기. 쉽지 않은 연기다. 관객들은 이미 여러 영화, 드라마를 통해 접했다. 다소 과한 분장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자칫 식상함으로 외면할 수 있다. 이런 부분을 조정석은 깬다. '파일럿'에서 조정석의 여장 연기가 완벽하게 색다르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정석의 생활형 코믹 연기가 더해지면서 식상하지 않게 느껴진다. 허를 찌르는 반전이 아닌, 예상되는 설정에서 캐릭터의 상황을 극대화 시키는 조정석의 연기력이 깨알재미를 선사한다.


조정석은 '건축학개론'을 시작으로 여러 작품에 출연해 존재감 있는 연기를 펼쳤다. 특히 생활형 코믹 연기가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건축학개론' 이후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엑시트', 드라마 '질투의 화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등의 작품에서 대놓고 한 코믹 연기로 인기를 끌었다. 과장된 모습보다 캐릭터를 친근하게 그려내면서, 말발로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엑시트',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조정석의 연기를 떠올리면, 생활 밀착형이다. 상황과 캐릭터를 동떨어지게 하지 않고, 상황에 캐릭터를 녹여버린다. 이질감이 없게 한다. 조정석만의 매력이다.

조정석은 자신의 연기 장점을 '파일럿'에서도 잘 살려냈다. 스토리나 극 전개가 수작이라고 할 수는 없는 '파일럿'이다. 그 안에서 조정석은 상황과 상황을 잘 이어가는 '여자 조정석'으로 열연을 펼쳤다. '다음은?'이라는 궁금증을 낳게 했다. 이륙 후 웃음 항로를 이탈해 불시착 할 뻔한 '파일럿'이었지만, 조정석의 코믹 연기가 그나마 비행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연기만큼은 추락없는 비행을 하는 조정석이다. 안심하고 보는 조정석이 이번 '파일럿'을 이륙시킨 후, 오는 8월 14일 개봉하는 주연 영화 '행복의 나라'로 환승에도 성공해 뜨거운 여름만큼이나 뜨겁게 사랑받기를 기대해 본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