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상생으로 마블 소생 작전 나선 '데드풀과 울버린'

머니투데이 정유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7.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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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데드풀은 마블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데드풀’ 시리즈의 세 번째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이 고전하는 마블 영화를 일으킬 조짐이다. 마블 코믹스 엑스맨 세계관을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데드풀과 울버린의 만남을 마블의 궁여지책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아니올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공식 합류한 데드풀이 ‘마블의 구세주’를 자처하며 울버린과 함께 위기의 마블을 구하는 히어로로 거듭나려 한다.

매년 서너 편씩 릴레이 개봉하던 마블 영화가 한동안 뜸했다. ‘데드풀’ 신작 개봉은 지난해 11월 ‘더 마블스’ 개봉 이후 무려 9개월 만이다. ‘데드풀’은 올해 개봉하는 유일한 마블 영화이기도 하다. 여기서 ‘데드풀’ 시리즈가 마블 영화였나? 하는 의문이 들 텐데, 20세기폭스가 2019년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데드풀’은 엑스맨 세계관에서 MCU 세계관으로 편입되었다. 19금 히어로 영화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한 ‘데드풀과 울버린’은 MCU 최초의 청불 등급 영화라는 영예(?)까지 누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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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과 울버린’이 흥미로운 건 이런 복잡한 내부 사정을 영화의 재료로 서슴없이 사용한다는 점이다. 20세기폭스사와 엑스맨 세계관, 마블 영화와 디즈니에 대한 데드풀의 신랄한 입담에 영화 시작부터 정신을 차릴 수 없다. 어벤저스 멤버가 되고 싶어 면접까지 본 데드풀이라니, 2018년에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데드풀 2’가 3주 간격을 두고 개봉했을 때만 해도 데드풀이 마블 영화를 새빨간 맛으로 물들일 줄은 예상 못 했다. 여기에 엑스맨 울버린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로건’(2017)에서 장렬한 죽음을 맞았던 울버린(휴 잭맨)의 재등장은 어떤 슈퍼히어로 캐릭터든 불러내는 간편한 마법 지팡이로 전락한 마블의 멀티버스 세계관이 모처럼 잘한 선택이다.



MCU 페이즈 5의 네 번째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 역시 멀티버스 사가의 시간선 이야기를 따른다. 히어로 ‘데드풀’의 삶을 포기하고 평범한 자동차 딜러 생활을 하던 웨이드(라이언 레이놀즈)는 TVA(시간 변동 관리국)로부터 새로운 삶을 제안받는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세계가 소멸되는 위험을 막기 위해 멀티버스의 울버린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데드풀이 울버린을 만나 의기투합하는 과정이 코믹하게 전개되면서 ‘데드풀’ 시리즈 특유의 피와 살이 튀는 잔혹한 액션, 욕설과 성적 농담이 난무한다. ‘데드풀’의 필살기인 제4의 벽을 깨트리는 유머는 특정 배우와 엑스트라, 특정 영화까지 마구잡이로 겨냥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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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에서 데드풀과 울버린의 관계는 어떨까. 이들의 관계는 1990년대 마블 코믹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엑스맨’ 시리즈 ‘엑스맨 탄생: 울버린’(2009)에서 특수 부대에서 활약하는 둘의 모습과 용병 웨이드가 데드풀로 탄생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데드풀 2’에서는 로건(울버린)을 저격하는 데드풀의 대사가 영화 시작부터 튀어나와 웃음을 주기도 했다. ‘엑스맨 탄생: 울버린’ 이후 15년 만에 영화에서 만난 라이언 레이놀즈와 휴 잭맨은 배우와 캐릭터를 따로 구분할 필요 없이 상극인 두 캐릭터의 매력을 최고치로 끌어올린다. 울버린을 쉴 새 없이 놀려대는 데드풀과 그런 데드풀을 참다못해 욕설을 퍼붓는 울버린, 둘의 맞붙는 대결 역시 이 영화의 특출난 볼거리다.


이번 ‘데드풀’은 데드풀과 울버린의 만남에 그치지 않는다. 마블 코믹스의 레전드 캐릭터들을 불러 모아 슈퍼히어로 영화 팬들을 즐겁게 한다. 먼저 크리스 에반스가 캡틴 아메리카를 연기하기 전에 맡았던 수퍼히어로 캐릭터인 '판타스틱 4'(2005)의 쟈니 스톰으로 나와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다. 이어 '데어데블' 시리즈에서 엘렉트라를 연기한 제니퍼 가너, 2000년대 '블레이드' 시리즈의 주인공 웨슬리 스나입스가 20년 만에 마블 히어로로 복귀해 반가움을 더한다. 할리우드스타 채닝 테이텀은 제작 취소 문제 등을 겪으며 마블 히어로 갬빗에 캐스팅된 지 8년 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내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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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 영화이면서 엑스맨 세계관을 이어가 ‘엑스맨’ 시리즈에 대한 팬심까지 되살린다. ‘엑스맨’ 시리즈의 ‘프로페서 X’ 찰스 자비에 교수의 쌍둥이 누이 카산드라 노바가 메인 빌런으로 등장해 빌런의 활약마저 부진했던 마블 영화에서 빌런의 존재감을 떨친다.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 ‘더 크라운’에서 다이애나비 역을 맡아 스타로 떠오른 에마 코린의 빌런 연기가 신선하다. 또 ‘로건’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던 소녀 ‘X-23’(다프네 킨)이 성장한 모습으로 나와 팬들을 놀라게 한다. 엔딩 크레디트에는 ‘엑스맨’ 시리즈의 촬영 현장 영상 모음까지 담아 ‘엑스맨’ 시리즈와 20세기폭스를 향한 헌사도 잊지 않는다.

새로운 ‘데드풀’ 시리즈를 진두지휘한 인물은 ‘박물관이 살아 있다’ 시리즈를 비롯해 수많은 가족 오락 코미디 영화를 제작한 베테랑 숀 레비 감독이다. 슈퍼히어로 영화 연출은 처음이나 ‘리얼 스틸’(2011), ‘컨텍트’(2017)를 제작한 할리우드의 굵직한 이름에 걸맞게 ‘데드풀’ 시리즈의 빨간맛 개성, 수퍼히어로 시리즈의 대통합, 가족애와 코미디까지 새 마블 영화의 큰살림을 두루두루 살뜰히 챙겼다. ‘데드풀과 울버린’은 청불 등급에다가 마블 히어로 시리즈와 ‘엑스맨’ 시리즈를 속속들이 알아야 재미가 커지는 영화여서 어느 정도 진입 장벽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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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건 마블 영화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 애니메이션 모두 새출발에 성공한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비슷한 흥행 전략을 따르는데, 관객의 향수를 자극하는 캐릭터들의 출연과 캐릭터 인해전술이 어느 정도는 통한다. ‘데드풀’ 1, 2편은 모두 300만 관객을 넘으며 흥행했다. 19금 최강 캐릭터 데드풀과 다시 영생을 얻은 극강 캐릭터 울버린의 협공 작전이라면 전편들의 성적을 뛰어넘을 수 있지 않을까. 데드풀과 울버린의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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