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사실 그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은 아니다. 요즘 홈쇼핑을 보거나 다른 매체에서 나오는 여행 관련 광고는 죄다 해외여행이다. 그리고 광고문구를 보면 '제주도보다 싼 여행' '제주도 가는 비용으로 차라리 이곳'이라는 광고문구로 국내 여행과 비교해 호객행위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상품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봐도 제주도 여행 가격보다 저렴한 해외여행비를 보며 제주도 여행이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니 일반 소비자들이 '국내 여행은 비싸'라고 생각할 만도 하다.
사실 따져보면 국내 여행이 유독 비싼 것도 아니다. 다만 특가로 판매되는 해외여행과 비교하면 유독 비싸다고 느껴진다. 코로나19 전으로 돌아가고 있구나란 생각도 든다. 코로나19 전에는 이렇게 저렴한 해외 패키지여행이 지금보다 더 많았으니. 이러나저러나 국내 여행은 비싸다는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금액이 비싼 것이 아니라 여행 소비자가 마음으로 이미 비싸다고 인식하는 상황이지 않을까 싶다.
회의 내용 중 하나의 희소식은 이제 여행이 일상이 돼버린 우리나라 여행 소비자들의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수준이 높아졌다는 것은 정보를 많이 알고 있으며 저가여행은 왜 가격이 저렴한지, 고급여행은 왜 비싼지를 판단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것을 시사한다. 사실 제주도를 찾는 수요가 줄어 난감하다고는 하지만 일부 최고 호텔급은 어느 해보다 잘되고 있다고 한다. 또 가격과 비례한 가치를 창출하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하는 국내 패키지 수요는 늘고 있으며 특수목적을 가진 여행수요 또한 매년 증가한다.
국내 여행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격으로 승부하는 국내 여행이 아닌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여행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있다. 저렴한 만큼 불편함이 있을 것이고 비싼 만큼 편안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여행비용의 가치다. 할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객을 모으는 것이 아닌 그만한 가치를 담은 여행으로 보답하는 것, 모든 국민이 그런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국내 여행 활성화의 시작이 아닐까. (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