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팀장'으로 알려진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54)가 탈옥한 필리핀 소재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 전경. CCTV(폐쇄회로TV)가 단 한 대도 없는 곳으로 드러났다.
박씨 도주 후 이상화 주 필리핀 한국 대사가 현지 사법당국에 서한을 보내며 재차 탈옥 재발 방지를 당부했다. 국내에서 범죄를 일으키고 해외로 날아난 이들의 탈옥 사건이 반복되면서 실효적인 대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김미영 팀장'을 사칭했던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박모씨(54)의 2021년 검거 당시 모습./사진제공=경찰청
이번에 박씨와 함께 탈옥한 신씨는 수원중부경찰서에 사기 등으로 인터폴 적색수배 중이었는데 2017년 9월 필리핀에서 호송 중 탈주한 전력이 있던 인물로 파악됐다. 신씨는 박씨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지는 않았고 현지에서 박씨와 가까워진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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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경찰은 박씨가 지난 1일 도주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상황이다. 카마린스 수르 교도소 측은 이달 2일(현지시간) 새벽 6시 수감자 인원을 파악하던 중 박씨가 사라진 걸 뒤늦게 파악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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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 도주 후 이 대사는 필리핀 법무부, 내무부, 경찰청, 코스트가드, 이민청 등에 '탈옥이 재발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와 방지책 마련'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박씨 등 신속 검거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달라는 내용도 담았다.
"현지 공관, 박씨 신속 검거 위해 현지 당국과 지속 협의 중"이라지만…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12년부터 '김미영 팀장' 문자를 무차별적으로 보낸 뒤 대출 상담을 원하는 피해자들로부터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근무하다가 2008년에 해임된 사이버 사기 수사 전문 경찰이었다.
박씨 일당은 2012년부터 필리핀에 콜센터를 개설한 뒤 조직원들과 '김미영 팀장'이라는 명의로 문자메시지를 불특정 다수에게 보내고 자동응답전화(ARS)를 통해 대출 상담을 하는 척하며 피해자 개인정보를 빼내 돈을 가로챘다.
박씨는 필리핀에서 수영장이 딸린 대저택에 사설 경호원을 두고 호화 생활을 했고 가명 2개를 사용하며 경찰 추적을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도주 8년 만인 2021년 10월, 필리핀 수사기관과 공조해 현지에서 박씨를 검거했다. 그러나 2년 넘게 국내 송환 절차가 지연됐다.
박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죄를 짓고 형을 선고받으면 국내 송환이 지연된다는 점을 노려 '허위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필리핀에선 이미 도피한 범죄자 중 상당수가 국내 강제 송환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수법을 악용하고 있다. 필리핀 현지 교도소엔 한국인 80여명이 수감 중인데 이 중 과반수가 이같은 목적으로 경미한 사건을 고의로 일으킨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지 공관은 박씨의 탈옥 사실을 인지한 직후부터 신속한 검거를 위해 필리핀 당국과 지속해서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범죄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