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줄 모르는 비만신약 경쟁…차세대 치료제 자격조건은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4.05.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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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바이오코리아 2024'서 '비만치료제 시장 발전 가능성과 미래전략' 세션 개최
위고비·젭바운드 등 시장 완벽 장악…부작용 및 요요현상 등 한계도 존재
AZ 비롯해 국내사 프로젠·대웅테라퓨틱스 참석…다중기전 및 패치제형 등으로 차별화

일라이릴리 비만치료제 '젭바운드' /사진=AP뉴시스 일라이릴리 비만치료제 '젭바운드' /사진=AP뉴시스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 국내사인 프로젠과 대웅테라퓨틱스는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바이오코리아 2024'에 마련된 '비만 치료제 시장 발전 가능성과 미래전략' 세션에 참석해 각 사별 차세대 비만치료제 전략을 공유했다.

노보노디스크 '위고비'와 일라이릴리 '젭바운드'로 대표되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가 불붙인 시장이 여전히 뜨겁다. 품귀현상을 겪을 정도의 두 품목 인기에 양사 외형이 폭발적인 성장에 성공했지만, 그 열기는 식지 않는 분위기다. 시장 규모는 성장을 거듭해 오는 2030년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후발 주자들은 차별화 된 기전 또는 제형을 앞세워 차세대 치료제를 자처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0년 9억8800만명이던 전세계 비만 인구는 2025년 19억1400만명으로 급증이 예상된다. 이에 단순 미용 영역으로 여겨지던 비만은 최근 질병으로의 인식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비만이 각종 대사질환을 비롯해 심혈관 등 200개 이상의 합병증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현재 비만치료제 시장 주류는 위고비와 젭바운드다. 각각 세마글로타이드, 티프제파티드를 성분으로 한 두 치료제는 분기 매출 1조원을 넘나드는 품목으로 성장하며 양사 시총순위를 글로벌 제약업계 최상단으로 끌어올렸다. 두 품목은 장내 호르몬 일종인 'GLP-1' 수용체 약물이다. 인슐린 합성 및 분비는 물론, 소화 흡수 과정 지연 효과에 당초 항당뇨에서 비만치료제로의 전환이 대성공을 거뒀다.



이날 세션의 사회를 맡은 정철영 강북삼성병원 교수(대한비만학회 이사장)는 "무서울 정도의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비만은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다"며 "과거 5% 수준의 체중 감소 효과에도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던 비만치료제가 최소 15%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GLP-1 수용체 제제들이 등장하면서 새 시대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GLP-1 계열 치료제는 당뇨를 비롯해 다양한 질환에서의 영역 확장 가능성이 남아있어 기대감이 여전하다. 다만 주 1회 투약이 필요한 주사제라는 점과 오심 및 구토 등의 부작용, 식욕억제 기전에 기인한 요요현상 등은 숙제로 남아있다. 때문에 차세대 치료제의 조건은 해당 한계를 극복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날 세션에 참석한 기업들도 해당 측면의 차별화 전략을 강조했다.

현재 임상 1상 중인 2개 주사제와, 2상 진입을 앞둔 파이프라인 등 다수 비만신약 후보를 보유한 아스트라제네카는 원인 질환으로서의 비만 해소에 초점을 맞춘 상태다. 비만 환자 중 신장질환 또는 고위험군 특징을 식별하는데 집중해 맞춤형 병용요법을 통해 부작용 감소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매튜 로 아스트라제네카 부사장은 "GLP-1 치료제의 체중 감소 효과는 근육감소 효과 비중이 높다는 결과가 존재하고 부작용과 지속성의 문제도 남아있다"며 "회사는 GLP-1을 기본으로 길항제나 작용제 등을 통해 체중 감량의 크기 보다는 유형에 집중하는 조합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77,200원 ▼200 -0.26%)이 최대주주로 있는 프로젠은 지속형 멀티타깃 플랫폼 'NTIG'를 기반으로 한 GLP-1·GLP-2 융합 이중작용제 'PG-102'(임상 1상)를 개발 중이다. GLP-1에 장 누수 현상을 예방하고 전신 염증을 완화시키는 GLP-2를 접목해 비만·당뇨는 물론, 염증 질환 치료효과를 노리는 것이 골자다.

김종균 프로젠 대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여개 약물이 GLP-1 단독이 아닌 다중 기전으로 개발 중"이라며 "차세대 비만치료제와 관련된 하나의 확실한 흐름은 GLP-1 단일 타깃에서 멀티 타깃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이부용 대웅테라퓨틱스 DDS팀장이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한 비만치료제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기종 기자이부용 대웅테라퓨틱스 DDS팀장이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한 비만치료제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기종 기자
대웅제약 (112,000원 ▼700 -0.62%)은 관계사인 대웅테라퓨틱스를 통해 GLP-1 유사체를 탑재한 마이크로니들 제형(패치제)를 개발 중이다. 1주일에 한번 붙이는 방식을 통해 주사제 한계로 지목되는 낮은 복약성과 동반되는 고통을 극복한다는 목표다.

이미 국내외 경쟁사들이 즐비하지만 오염 위험을 최소화 한 가압건조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가압건조 방식은 약물이 들어가는 틀을 가압 후 건조해 기포를 빼고 포장재가 사용직전까지 니들을 밀봉하는 방식이다. 현재 임상 1상이 가능한 GMP 시설을 보유한 상태로, 오는 2026년부터 최종 양산까지 가능한 제조공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이부용 대웅테라퓨틱스 DDS팀장은 "마이크로니들과 관련된 식약처 가이드라인 역시 니들을 보호하는 포장이 중요하다고 명기돼 있다"며 "니들이 밀봉된 상태로 유통 가능해 물리화학적 안정성이 높은 것이 회사 기술력의 강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품을 개발하다 보면 원료의약품(API) 구매 비용 보다 냉장유통 비용이 더 드는 경우도 있는데 패치제는 상온유통이 가능한 만큼 유통과 제조 측면 모두에서 원가 절감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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