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자극에도 괴로운 '자폐증', 이유 찾았다…치료 길 열리나

머니투데이 박건희 기자 2024.05.08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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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팀이 과활성화된 전측 대상회피질 신경세포를 억제하자, 전측 대상회피질의 활성도가 다시 낮아지며 감각 과민도 정상화됐다. /사진=IBS연구팀이 과활성화된 전측 대상회피질 신경세포를 억제하자, 전측 대상회피질의 활성도가 다시 낮아지며 감각 과민도 정상화됐다. /사진=IBS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앓는 환자가 일상 속 작은 자극에도 쉽게 괴로움을 느끼는 원인이 밝혀졌다. 신경세포를 억제해 이러한 감각 과민 증세를 치료할 가능성도 제시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은준 시냅스 뇌질환 연구단 단장(KAIST 생명과학과 석좌교수)과 김성기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단장(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털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감각 과민의 원인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분자 정신의학'에 4일 온라인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폐증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감각 과민 증세는 대뇌피질의 특정 부위에서 과도한 신경 전달이 발생하고, 서로 다른 뇌 영역이 과하게 연결되며 발생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 기준 미국 인구 36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뇌 발달 장애다. 일반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 및 의사소통에서의 어려움, 반복 행동 등이 증상으로 발현된다. 또 감각이 과민하거나 둔감해질 수 있는데, 감각 과민의 경우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소리, 빛, 촉각 등에 과도하게 반응하게 된다.



자폐증 환자의 90%는 감각 과민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원인과 발병 메커니즘이 명확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팀은 시냅스 유전자의 한 종류인 'Grin2b' 유전자가 결손된 자폐 모델 생쥐를 활용했다. Grin2b 유전자는 자폐스펙트럼장애뿐만 아니라 발달 지연, 강박 장애 등 다양한 뇌 질환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졌다.

연구팀이 Grin2b 결손 자폐 모델 생쥐에 기계적·전기적 자극 및 열 자극을 가해 반응을 분석한 결과 자폐 모델 생쥐는 대조군에 비해 감각 자극에 과하게 반응했다.


이어 특정한 인지 과정을 수행할 때 뇌 영역이 어떻게 활성화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을 통해 생쥐의 신경 활동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여러 뇌 영역 중 특히 고차원 인지 기능과 관련 있는 전측 대상회피질(ACC)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전측 대상회피질이 과활성화되자 신경세포에서 흥분성 신경 전달 물질이 증가했다. 이는 전측 대상회피질과 다른 뇌 영역이 과도하게 연결되도록 촉진하는 역할을 했다.

과활성화된 전측 대상회피질 신경세포를 화학 유전학적 방법으로 억제하자, 전측 대상회피질의 활성도가 다시 낮아지며 감각 과민도 정상화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전측 대상회피질의 과활성화가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나타나는 감각 과민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김은준 단장은 "이번 연구는 그동안 인지, 사회성 등 고위 뇌 기능과 관련이 깊다고 알려졌던 대뇌 전측 대상회피질의 과도한 활성과 연결성이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나타나는 감각 과민의 원임임을 증명한 새로운 연구"라며 "전측 대상회피질 신경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이 Grin2b 유전자 결손과 관련된 감각 과민을 치료할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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