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주 대법원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트럼프 빌딩을 배경으로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다니고 있다. /AFPBBNews=뉴스1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월스트리트 40번가의 트럼프 빌딩의 공실률이 현재 21%에 달하고 건물 1층을 차지하고 있던 최대 임차인인 약국 프랜차이즈 '듀앤 리드'까지 철수해 매장을 비웠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트럼프가 내년 7월 1억2000만달러의 모기지 만기를 맞는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 트럼프 빌딩의 현재 모기지 금리는 3.7%이지만 현재 리파이낸싱한다면 금리가 7%대로 치솟는다.
채권 신용평가회사들은 트럼프 타워를 주목하고 있다. 피치는 지난달 이 건물의 부채를 포함한 상업용 모기지 담보부증권 4개 트랜치(Tranche·분할 발행된 채권이나 증권)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피치는 월가 40번지 트럼프 건물의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열린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나고 있다./AFPBBNews=뉴스1
트럼프 건물이라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도 뉴욕에선 오히려 약점이다. 뉴욕에서는 트럼프의 지지도가 낮은 데다 일부 임차인들은 트럼프의 건물을 임대한다는 이유로 좋은 인재나 고객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WSJ은 짚었다.
프랑스 고딕 양식의 아르데코 마천루인 이 건물은 1920년대 후반 건설 당시 크라이슬러빌딩과 세계 최고 빌딩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크라이슬러빌딩은 건축주가 내부에 숨겨뒀던 185피트의 첨탑을 끌어올리며 경쟁에서 이겼다. 1980년대에는 당시 필리핀 대통령 페르디난드 마르코스가 비밀리에 인수한 맨해튼의 4개 부동산 중 하나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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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마르코스가 퇴임하고 부동산에 대한 권리를 잃은 후 누가 소유권을 가져갈지 경쟁이 치열했는데, 트럼프는 1990년대 초 금융 위기에서 벗어날 당시에 지상임대권을 구입해 100년 동안 건물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는 이 건물의 가치를 부풀려 더 많은 대출을 받았다는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