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우일연, 美 최고권위 '퓰리처상' 수상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4.05.08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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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부문 수상작 '주인 노예 남편 아내'
크래프트 부부의 노예제도 탈출기 다룬 논픽션
선정위원회 "자유로 향하는 서사적 여정" 평가

한국계 미국인 우일연 작가의 책이 6일(현지시간) 퓰리처상 전기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출처=우일연 작가 홈페이지한국계 미국인 우일연 작가의 책이 6일(현지시간) 퓰리처상 전기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출처=우일연 작가 홈페이지


한국계 미국인 우일연 작가의 저서가 미국 최고 권위 상으로 꼽히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이날 컬럼비아대에서 열린 제108회 시상식에서 우일연 작가의 책 '주인 노예 남편 아내'(Master Slave Husband Wife)를 전기 부문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1917년에 창설된 퓰리처상은 뉴스와 보도사진 등 언론 부문과 문학과 드라마 등 예술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한다. 이번에 전기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우 작가는 부모의 이민으로 미국에서 성장한 한국계 미국인으로 예일대에서 인문학 학사학위를, 컬럼비아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각각 받았다. 그의 부친은 환기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을 설계한 재미 건축가 우규승 씨다.



우 작가가 쓴 '주인 노예 남편 아내'는 1848년 남부 조지아주에서 농장주와 노예로 변장해 북쪽으로 탈출한 노예 크래프트 부부의 여정을 전기로 다룬 논픽션(비소설)이다. 이 책은 지난해 뉴욕타임스(NYT)가 선정한 '올해의 책 1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

책 속 주인공인 아내 엘렌은 밝은 피부색을 활용해 장애를 가진 병약한 백인 농장주로 위장한다. 남편인 윌리엄은 엘렌의 노예로 변장해 중기선과 마차, 기차를 갈아타며 노예제가 폐지된 북부로 탈출한다.



우일연 작가의 '노예 주인 남편 아내'  /출처=우일연 작가 홈페이지우일연 작가의 '노예 주인 남편 아내' /출처=우일연 작가 홈페이지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노예제에서 자유로 가는 서사적 여정'이라고 이 책을 소개했다. 크래프트 부부가 인종과 계급, 장애에 대한 편견을 이용한 점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들 부부는 탈출에 성공한 뒤 영국으로 건너가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연설을 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해 유명세를 탔다. 우 작가는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크래프트 부부의 이야기는 역사상 가장 감동적인 러브 스토리 중 하나"라며 "이 책에는 부부의 사랑 이야기뿐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등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우 작가의 저서와 함께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일대기를 다룬 '킹:어 라이프'(King: A Life)이 전기 부문 공동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소설 부문에선 '나이트 워치'(Night Watch), 역사 부문에선 '정직한 삶의 권리 없음'(No Right to an Honest Living) 등이 뽑혔는데 이들 작품의 배경은 모두 남북전쟁이다.


이에 따라 올해 퓰리처상을 관통한 주제는 남북 전쟁 시대 속 개인의 분투라는 해석이 나온다. 오늘 날 미국 사회가 정치, 경제, 사회 등에서 갈라진 양상을 보이면서 남북 전쟁 시기 개인들이 겪은 분투가 재평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보도 부문 수상자에는 미 연방대법관의 도덕성 문제를 파헤친 미 탐사보도 전문매체 프로퍼블리카의 조슈아 캐플런 등 기자 5명이 이름을 올렸다. 프로퍼블리카는 지난해 클래런스 토머스 연방대법관이 출장·여행 때 억만장자로부터 공짜로 자가용 비행기를 제공 받은 사실을 취재해 보도했다.

한편 퓰리처상 수상위원회는 내년부터 미국 영주권자를 비롯해 미국에 장기간 거주한 자로 수상 대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미국 시민으로 한정했던 퓰리처상의 문호가 열려 더 다양한 작품이 수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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