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중국은 생산을 멈추지 않는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5.08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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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6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 궁에서 열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리지트 여사와 국빈 만찬에 도착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5.07  /AFPBBNews=뉴스1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6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 궁에서 열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인 브리지트 여사와 국빈 만찬에 도착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5.07 /AFPBBNews=뉴스1


"중국 경제는 서방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최악의 상황이 아니다. 연말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무난히 달성할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재중 고위 경제관료의 말은 중국 경제에 대한 중국 내외 시각과 분석의 온도차를 잘 보여준다. 세계의 주류이자 한국 내 경제기구들의 시각에도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미국 등 서방의 주장과는 달리, 중국 내에선 미약하나마 분명한 회복 신호가 감지된다는 게 경제 현장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미뤄왔던 3중전회를 7월에 개막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3중전회는 공산당 중앙정치국회의에서 사실상 결정된 경제정책들을 의결하는 자리에 불과하지만 정치적 함의가 크다. 중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제 상황에 대한 대안이든, 아니면 회복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한 대책이든 뭔가 실행할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3중전회는 지난해 열렸어야 하는데 연기됐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 몇 년간 실상 더 중요했던 건 매년 거르지 않고 열린 4월 정치국 회의였다. 1분기(1~3월) 성과를 보고 2분기 이후 정책을 결정하는 기능이 여기서 빈틈없이 수행돼 왔다.



3년 전인 2021년 4월 30일 회의에서 강조된 게 '공급 측면 구조개혁'이다. 어찌 보면 '과잉공급'의 시작이었다. 2022년 4월 29일 회의에선 '성장·고용·물가안정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실업과 물가하락이 이 즈음부터 부각됐다. 지난해 4월 28일 정치국 회의에선 '수요 부진, 그러나 성장 회복'을 진단했다. 실제 중국은 지난해 5.2% 깜짝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이뤄냈다.

최근 수년간 4월 정치국회의 결과는 적어도 이 회의 결과가 중국의 이후 경제정책 방향을 결정해 왔다는 점을 입증했다. 올해 4월 30일 진행된 회의에선 지난해 걸렀던 3중전회 실시가 결정됐다. 경제정책 방향에 더해 선언적 요소들이 더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수석경제학자포럼 이사인 루오지헝(羅志?) 광동증권 연구소장은 최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기고한 '정치국 회의에서 발표된 8가지 신호' 제하 칼럼을 통해 회의 핵심 내용을 간추렸다. 이에 따르면 중국 수뇌부는 올 상반기 경제요소들을 종합할 때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를 근거로 '큰 틀의 경제정책 변화가 필요하지는 않다'는 결정까지 종합적으로 내렸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지금의 경제기조를 바꿀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뜻이다. 루오 소장은 "이번 회의에서 언급된 '파도(기세)를 타고 전진해 앞뒤의 느슨함을 막는다'(乘勢而上, 避免前緊後?)는 말이야말로 공산당의 각오를 가장 잘 보여준다"고 했다.

중국이 말하는 기세는 뭘까. 공식 입장으로 보면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와 이에 따른 '고품질 발전'이다. 현실적 입장에서 보면 생산이다. 중국 경제의 근간은 제조업에 기댄 수출이다. 태양광과 전기차 등 서방이 우려하는 이른바 '과잉생산' 물품들이 핵심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EU와 프랑스 수반과 회동에서 '과잉생산'에 대해 "아예 존재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방향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정치국회의에서 논의된 통화정책 완화, 금리인하, 긴축 해소 등은 모두 생산과 투자를 뒷받침할 내용들이다.

한국 내에선 태양광이나 전기차 타깃 시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중국의 과잉생산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해석도 있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분석이다. 새로운 시장을 놓고 벌이는 모든 경쟁에서 중국은 압도적 경쟁 상대이며, 중국을 얕잡아보는 한국 주류의 시각은 언제든 비수가 돼 우리 경제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다. 과잉생산을 멈출 생각이 없는 중국에게서 더 큰 압박이 느껴지는 건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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