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곳간 안 그래도 비상인데... "선구제 후회수 개정안 시행 안 돼"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4.04.3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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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 /사진=정혜윤 기자30일 서울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 /사진=정혜윤 기자


'선구제 후회수'를 골자로 한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재정적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갈수록 줄어드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재원으로 충당하는게 적정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30일 서울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에선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선구제 후회수 내용 이외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로 임차인에 외국인 포함, 임차보증금 한도를 3억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로 상향, 경매 유예, 지원서비스를 확대 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부의 요구가 돼 있는 상태로 5월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개정안 통과를 밀어붙이지만 여당과 정부는 현실적인 문제 등으로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먼저 재원으로서 주택도시기금의 사용이 적정한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는 주택도시기금을 통해 각 비용을 지원할 수 있다.

이장원 국토부 피해총괄과장은 "개정안 내용은 주택도시기금으로 채권 매입비용 충당하게 돼 있는데, 청약통장에서 잠깐 빌린 돈으로 다시 나가야 하는 돈을 소모성으로 없애도 되는 돈인가.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주택도시기금도 메말라가고 있다는 점이다. HUG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은 청약, 국민주택채권 등으로 이뤄지는데 청약은 2022년부터 -7000억원, 2023년 -2000억원 등으로 감소했고 채권은 2023년 -1조8000억원으로 전환됐다.


지출은 늘었다. 시중 대비 현저히 낮은 금리로 인해 수요 쏠림 현상, 저출산 대응 등 정책적인 수요가 맞물려 수요자 대출 증가로 총지출은 늘었다. 여유자금도 줄었다. 여유자금은 2021년 49조원에서 2022년 28조7000억원, 2023년 18조원, 올해 3월 현재 13조9000억원까지 줄었다. 주택시장 위축 등으로 인해 수입은 감소한 반면 수요자 대출 등 지출은 확대되면서 여유자금은 지속해서 감소했다.

유승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여유자금도 줄어드는데 (보증회수기간)4년 이후를 어떻게 과연 예측할 것인가. 또 과연 여유자금 있으니 구제에 활용하는 게 적합한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30일 서울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 /사진=정혜윤 기자30일 서울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 토론회'. /사진=정혜윤 기자
HUG의 재정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여러 차례 나왔다. 김경선 HUG 주택도시금융연구원 박사는 "선구제 채권 매입을 통해 발생한 손실은 작지 않은 수준이 되고 일차적으로 공사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선구제 채권은 전세보증채권보다 회수 난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권리 분배가 복잡하고 공사보증회수기간은 최소 4~5년 정도이며 회수율도 갈수록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문희석 한국자산관리공사 가계기획처장 역시 "배당이익 포기하고 확정적 손실을 고려할 때 현실적인 재원 조달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면서 "피해자 구제 효과 불확실한 측면 있어서 제도 실효성 의혹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최우석 HUG 전세사기피해자 경공매지원센터 팀장은 "(소요재원 이외) 최소 공사 운영비용이 1000~3000억원 추가로 지출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기금이 됐건 재정이 됐건 지원이 되지 않으면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개정안 대금산정절차에 대해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정안은 대금산정절차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방법에 따라 공정한 가치 평가, 최저 매입가격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의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 이상이라고 돼 있다.

김택선 HUG 준법지원처장은 "공정한 가치평가라는 추상적인 기준만 제시할뿐 가치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개정안에서 매매대금 산정이나 지급 방법에 따른 평가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개정안 통과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과 재원 여력 등이 고민되는 지점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법률이 공포되고 시행됐을 때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며 "보증금 채권 매입방법이나 핵심 절차 등이 명확하게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지금까지 접수된 피해자 평균 보증금 1억4000만원에 총 3만6000명 피해자를 가정해 5조원 정도 보증금 총액이 추산된다"며 "정당가치 평가를 거쳐 매입해야 하는데 정확한 추산은 불가능하고 대략 가정하면 3~4조원 정도 들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이 돈이 나중에 얼마나 회수될지 알 수 없고 장밋빛 미래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행정적 어려움도 호소했다. 그는 "5월 국회에서 통과하면 한달 후 바로 시행하도록 돼 있는데 예산 재원 확보도 안 됐고 조직과 제도도 없어 한달 안에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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