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증' 변요한 vs '관종' 신혜선의 맞대결

머니투데이 김나라 기자 ize 기자 2024.04.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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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타뉴스DB/사진=스타뉴스DB


배우 변요한과 신혜선이 '그녀가 죽었다'에서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선사할 전망이다.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선 영화 '그녀가 죽었다'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연출 및 각본의 김세휘 감독과 출연 배우 변요한, 신혜선 등이 참석했다.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영화.



두 주연 변요한과 신혜선은 이 작품으로 지난 2017년 영화 '하루' 이후 7년 만에 재회했다. 이들은 각각 일상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공인중개사와 인플루언서라는 직업에 독특한 설정을 더해 이전에 본 적 없는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특히 변요한은 '관음증', 신혜선은 '관종'(관심 종자)을 표현해 내는 색다른 얼굴로 흥미를 자극했다.

변요한이 연기한 구정태는 의뢰인이 맡긴 열쇠로 그 집에 몰래 들어가서 남의 삶을 훔쳐보는 공인중개사. 단순히 누군가를 관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의 집에 몰래 들어가 고장 난 가구나 전등을 고쳐주기도 하고 그 대가로 가장 없어도 될 물건 하나를 가지고 나오는 고약한 행동을 즐긴다. 신혜선이 맡은 한소라는 남의 관심을 훔쳐 사는 인물. 소시지를 먹으면서 비건 샐러드 사진을 포스팅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의 명품 가방을 자신의 것인 척 사진을 찍어 올리는 등 거짓 포스팅으로 화려한 삶을 사는 유명 인플루언서다.



'관음증' 변요한 vs '관종' 신혜선의 맞대결
이에 변요한과 신혜선이 작정하고 '비호감'을 자처한 것. 변요한은 "결론적으로 영화가 전개되면 될수록 비호감으로 느껴주셨으면 좋겠다"라는 남다른 바람으로 '그녀가 죽었다'만의 독특한 관람 포인트를 짚었다.

그는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이 신뢰도가 굉장히 높은 직업이고 좋은 일을 많이 하시지 않나. 하지만 구정태라는 인물은 직업을 이용하여 남의 사생활 훔쳐보고 호기심을 채우는 인물이다. 그래서 한소라와의 액션도 누구도 편들 수 없게 이상한 사람들의 몸부림처럼 보였으면 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변요한은 작품에 대해 "인간은 살아가면서 끝없이 거짓말을 한다고 본다. 아프면 어느 자리에 따라 안 아픈 척하고, 재밌는데 재미없는 척하고, 재미없는데 재밌는 척하기도 하고. 그런 지점에서 모든 사람에겐 가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추상적인 걸 구정태와 한소라를 통해 감독님께서 좀 더 가깝게, 닿을 수 있게 만든 거 같다"라며 "대본에 나와 있는 그대로 연기했다. 신혜선, 이엘, 감독님과 함께 잘 호흡하면 구정태를 잘 연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을 갖고 임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변요한은 전작인 김한민 감독의 '한산: 용의 출현'(2022)을 언급하며 "더 열심히 했다"라고 거듭 강조, 눈길을 끌었다. 그는 "김한민 감독님도 '그녀가 죽었다' 시사회에 오신다며 영화에 힘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다"라는 반응을 전했다. 이어 "'한산: 용의 출현' 이후 다음 작품은 달랐으면 했는데, 이 정도까지 특이하게 갈 줄은 저도 몰랐다. 재밌는 캐릭터를 맡고 싶었다. 근데 저는 늘 현장에 있으면서 전보다 나은 사람이 되도록 늘 노력했기에 그런 말을 한 거다. 변함없이 '한산: 용의 출현'보다 열심히 했고, 더 좋은 감독님을 만났다고 생각한다. 전작보다 더 잘하고 싶었고 전작의 감독님보다 더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싶었고, 동료 배우들과 잘 섞이고 싶었다는 의미에서 드린 말씀이다"라고 진중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더불어 변요한은 "제가 올해 데뷔 14년 차이다. 앞으로도 영화를 찍거나 했을 때 좋아하는 작품의 언론시사회를 제 생일날 하는 일이 있을까 싶다. 너무 신기하다"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관음증' 변요한 vs '관종' 신혜선의 맞대결
신혜선은 한소라 캐릭터에 대해 "공감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감정적으로 동화된 경험을 이번엔 못했다. 다만 제가 갖고 있는 얼굴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가증스러워 보일 수 있을까를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연기했다"라며 이전과 다른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그는 "한소라는 자기 자신한테까지 변명을 늘어놓는 친구이다. 스스로에게도 거짓말을 하고, 그 속에서 또 끊임없이 '난 불쌍한 사람' 하고 되뇐다. 이런 거짓말을 표현할 것도 없이 시나리오 안에 모든 게 나와 있었다. 제가 할 일은 소라로서 그 상황을 얼마나 진심으로 생각하느냐였다"라고 말했다.

'그녀가 죽었다'로 연출 데뷔에 나선 김세휘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가장 걱정하고 신경 쓴 포인트는 아무래도 주인공들을 절대 옹호하지 말고 미화하지 말자였다. 미화의 우려가 당연히 있어서, 그 부분을 저 스스로도 최대한 경계하며 만들어갔다. 그래서 사건이 몰아쳐 안 좋은 일을 당하더라도, 모든 건 구정태와 한소라 자신들의 잘못에서 비롯된 결과로 그릇된 신념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려 했다. 관객분들이 직접 평가를 하게 하도록 말이다. 미화의 의도는 전혀 없고, 영화를 보신 분들이 아마 잘 판단해 주시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리 영화의 캐릭터들은 확실히 비정상적이고 비호감이다. 당연히 위험 부담이 있었지만,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SNS가 사회적으로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하나의 주요한 소통 창구가 되었고 그러면서 관종, 염탐, 관음 등 부작용처럼 외면할 수 없는 실존적 현상들이 생겼다는 거다. 물론,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경악할 것이라고 본다. 경악하시고 '나는 구정태나 한소라처럼 저 정도는 아냐, 쟤네는 이상해' 그런 생각이 들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관객들에게 동정할 틈을 주지 않았다. 캐릭터들을 아예 관종, 관음의 끝에 있는 사람으로 표현하는 게 더 작품의 주제에 맞다고 봤다"라고 연출 의도를 풀어냈다.

'그녀가 죽었다'는 오는 5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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