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배 뛰어도 '빅사이클' 지금부터…재생에너지+AI 수혜 업종은?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4.04.3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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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주요 전력설비 관련주 주가 상승률/그래픽=조수아29일 주요 전력설비 관련주 주가 상승률/그래픽=조수아


전력설비 산업의 빅사이클(장기 호황)이 예상되면서 관련주들의 강세가 이어진다. 업종 대장주인 HD현대일렉트릭과 LS ELECTRIC은 단기간 주가가 2~3배 급등했고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종목도 뒤따라 오르며 키맞추기를 시작했다. 향후 5~10년 간 이어질 전력설비 장기 호황을 감안하면 최근 주가 급등에도 투자 매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코스피 시장에서 LS에코에너지 (28,700원 ▼1,300 -4.33%)는 전 거래일 대비 가격제한폭(30%·6250원)까지 오른 2만7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베트남 내 1위 전력케이블 생산업체인 LS에코에너지는 전력설비 관련주로 묶이며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송·배전 자재 등을 생산하는 제룡산업 (6,580원 ▼370 -5.32%)은 전 거래일에 25.99% 급등한데 이어 이날도 26.13% 상승 마감했다. 통신케이블 업체 대원전선 (4,385원 ▼525 -10.69%)은 12.11% 상승했다. 이밖에 LS (167,000원 ▲5,500 +3.41%), 보성파워텍 (3,840원 ▲105 +2.81%), 서전기전 (5,330원 ▼250 -4.48%), 효성중공업 (370,500원 ▲56,000 +17.81%), 세명전기 (5,810원 ▼360 -5.83%), LS ELECTRIC (192,000원 ▼5,100 -2.59%) 전력설비 관련주들이 5~10%대 강세로 장을 마쳤다.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전력설비 산업의 장기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전선 노후화에 따른 교체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 증가, 리쇼어링(해외에 나간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오는 현상)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전력 수요는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KB증권에 따르면 향후 10년 간 전력 수요 증가세는 5년 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수요처는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이다. AI 연산을 위한 반도체 칩은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만큼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데이터센터 대비 20배 이상 높은 변압기 용량을 요구한다. 미국의 중국 견제로 인해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이 늘어나면서 이에 따른 전력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변압기와 전선의 70%는 설치된 지 25년 이상 된 노후 설비로 고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 갈등에 따라 미국 내 중국산 변압기의 비중이 줄어든 반면 한국산 비중은 늘어나면서 한국 전력설비 기업들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전력기기 사이클이 과거와 달리 장기화가 전망되는 이유는 막대한 전력 공급을 필요로 하는 3대 분야(반도체, AI 데이터센터, 친환경 에너지)에서 글로벌 경쟁 확대가 향후 수 년간 불가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변압기. /자료제공=HD현대일렉트릭HD현대일렉트릭의 변압기. /자료제공=HD현대일렉트릭
전력설비 업종 내 대장주로 꼽히는 HD현대일렉트릭 (250,000원 ▼6,000 -2.34%)의 현재 주가는 24만4000원, 시가총액은 8조7955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만 196.84% 상승했다. 전력설비 사이클 상승 초입인 2022년초와 비교하면 12.2배 가량 오른 가격이다. LS ELECTRIC (192,000원 ▼5,100 -2.59%) 역시 올해 136.75% 올랐다.

이날 급등한 종목들은 전력설비 안에서도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올랐다는 특징이 있다. LS에코에너지는 지난해 1년 동안 186.69% 급등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전날까지 보합권으로 부진했다. 제룡산업도 전날까지 올해 주가 상승률은 41%에 그쳤다. 대원전선의 올해 1~3월 주가 상승률은 26.53%였는데 4월 이후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최근 주가 급등에 따른 부담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여전히 전력설비 업종이 매력적이라고 본다. 10년 이상 장기 호황이라는 점에서 실적 기대치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S에코에너지는 올해 말부터 약 120억원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을 싱가포르 전력청에 공급하고 덴마크 에너지 공기업 에네르기넷에는 이번달부터 3년 간 3051만달러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을 공급할 예정"이라며 "전세계적으로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가 늘어나면서 동사의 수주가 증가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전력설비 내 최선호주로 LS ELECTRIC,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을 제시했고 소수 커버 종목으로는 LS에코에너지를 추천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022년 초부터 시작된 전력기기 산업의 초호황이 예년보다 훨씬 강하고 길어질 것"이라며 "LS ELECTRIC 등 3사는 여전히 상승 여력이 남았다"고 분석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일렉트릭의 시가총액이 10조원을 간다고 해도 비싸다 말하기 어렵다"며 "업황의 피크아웃(고점통과)이 보이는 시점까지 미래의 가치를 끊임없이 당겨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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