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abin Botsford/The Washington Post
이는 의회가 트럼프의 선거 패배를 공식적으로 인증하려는 걸 막기 위해 일군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회를 점거하는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 벌어진 후, 의회를 지키고자 급조된 것이었다.
자신의 팟캐스트 스튜디오에 앉은 배넌은 평소처럼 잠이 부족하고 카페인을 과다 섭취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날 아침, 2021년 2월 첫 번째 토요일에는 그의 매섭고 작은 눈이 흥분으로 반짝였다. 그는 자신의 긴 회색빛 머리칼을 뒤로 쓸어 넘기는 두꺼운 검은색 헤드폰을 착용했는데 머리칼 끝이 올리브색 야상의 견장에 스칠 정도였다.
이 타운하우스 지하실은 지난 몇 년 간 브라이트바트뉴스(Breitbart News)의 본부였다. 이 매체는 반동적인 우익 내셔널리즘--근래에는 온라인 세대를 위해 '대안우파'(alt-right)로 리브랜딩되었다--을 대변하는 매체로 부상하고 있었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워싱턴 정가는 면도를 안 해 수염이 수북한 목에 셔츠 여러 겹을 입고 등장한 배넌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배넌은 이 타운하우스를 "브라이트바트 대사관"이라고 부르며 그 이국적인 분위기를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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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1월, 이 타운하우스에서 열린 책 출판 기념회에서 배넌은 "나는 레닌주의자"라고 선언했었다.
스티브 배넌. /사진=Bill O'Leary/The Washington Post
레닌의 개념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그가 1902년 논문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제안한 '혁명정당'이었다. 혁명정당은 경쟁이나 능력이 아니라 이념에 대한 충성심을 기반으로 사회를 조직하기 위한 제도였다.
"레닌은 국가를 파괴하길 원했죠. 제 목표도 그렇습니다." 배넌이 답했다. "나는 모든 것을 무너뜨리고 오늘날의 모든 기득권을 파괴하고 싶어요."
배넌의 이분법적 세계관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있는 가톨릭 군사학교에서 그는 1492년 스페인 재정복을 기독교 서구 세계와 이슬람 세계 사이의 계속되는 문명 충돌의 전환점으로 배웠다.
성인이 된 그는 훈족의 왕 아틸라와 위대한 군사 작전에 관한 책을 탐독했다. 그는 역사, 특히 역사적 주기(cycle)의 개념에 집착했는데, 이는 시간이 미국인들이 보통 배우는 것처럼 선형적으로 진보하는 게 아니라 고대 전통의 관점처럼 뚜렷한 단계로 반복하는 패턴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었다.
배넌은 특히 역사학자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로스의 1997년 책 '제4의 전환The Fourth Turning'에 나오는 버전의 주기론을 좋아했는데, 이 책은 미국 역사를 고점, 각성, 해체, 위기의 20~25년 길이의 주기로 정리했다. 이 책은 전 세계와 미국에서 내셔널리즘과 권위주의가 부상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배넌은 단순히 이 예언을 공부하거나 지켜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예언을 직접 실행하는 사람이자 다음 시대를 건설하는 사람이 되고자 했다.
그래서 트럼프가 2015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황금색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면서 그가 처음 한 생각은 "저건 히틀러야!"였다. 이는 나치의 프로파간다 영화에서처럼 권력의 미학을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사람을 의미했다.
그는 트럼프에게서 자신이 조장하고 있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미국인의 불만과 욕망을 스스로에게 투영할 수 있는 인물을 보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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