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주크 피치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담당이사가 26일 서울 페어몬트호텔에서 열린 연례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박광범 기자
원/달러 환율은 하반기로 갈수록 하락 전환해 연말 1290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는 오는 9월 시작돼 하반기 2차례, 내년에 추가 2차례 이뤄진 뒤 2.5% 수준의 기준금리가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크 이사는 "전망 조정을 분기별로 1차례 하는 만큼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월 전망 때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정책과 관련해선 "최근 총선 결과로 한국 정부의 재정건전화 단행 속도가 기대보다 완만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주크 이사는 "신용등급 차원에서 접근하면 한국 정부의 재정여력은 어느정도 버퍼(Buffer·완충)가 있지만 코로나19(COVID-19) 이전인 2019년 대비로는 버퍼가 줄었다"며 "한국은 고령화로 인한 추가 재정지출 소요가 장기적으로 큰 만큼 신용등급이 유사한 나라들보다 국가부채 비율이 오르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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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크 이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피봇(통화정책 전환)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있지만 원/달러 환율이 하반기로 갈수록 하락세를 띌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고물가 상황이 더 오래갈 수 있어 연준의 금리인하 횟수가 줄어들 순 있지만 그럼에도 하반기엔 금리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하반기 시장심리도 턴(Turn·전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몇가지 리스크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3월 전망 기준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연말까지 1290원 정도로 내릴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의 통화정책과 관련해선 오는 9월 첫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2차례, 내년 2차례 금리인하가 단행돼 기준금리가 2.5% 수준에서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봤다.
주크 이사는 "한국의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둔화해 2025년 2%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 둔화 과정에서 연준이 하반기 금리 인하를 단행한다면 한은도 금리인하를 단행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연준의 금리인하가 지연되면 당연히 한은 입장에서도 기준금리를 움직이는 것이 꺼려질 순 있다"고 부연했다.
가계부채 문제와 관련해선 "리스크적으로 봤을 때 국가등급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한국에 있어 가계부채 문제는 가계소비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안정 측면보단 가계소비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현재 북한과의 긴장 정도는 과거 평균치보단 높아졌지만 등급에 이미 반영됐던 부분이고 이보단 미·중간 교역관계 긴장, 미국 대선 결과 등이 한국에 도전과제가 될 수 있다"며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이 증대되면 한국이 두 나라와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이어나가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구조개혁 문제와 관련해선 "(저출산, 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생산가능인구가 둔화했을 때 영향을 어떻게 상쇄할 수 있을지, 생산성 증가를 위한 구조개혁이 이뤄지는지를 봐야 한다"며 "다만 총선 결과에 따라 정치적 대립관계가 더 오래갈 수 있어 보여 구조개혁이 조금은 더 어려워진 모습"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