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악성민원 대응 모의훈련에서 보디캠을 착용한 통합 민원팀장이 나오는 모습/사진=오석진 기자
"아내 지금 병원에 있다니까? 지난번엔 하게 해줬잖아요!"
23일 오전 10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주민센터에서 한 남성이 아내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며 공무원에게 소리를 쳤다. 남성은 인감증명서 대리 발급을 위한 위임장 서식을 안내받고 그 자리에서 바로 자신이 작성하려 했다. 이에 담당 공무원은 인감 소유주 본인 자필로 작성해야 한다고 안내했고, 남성은 이에 반발해 화를 내기 시작했다.
보디캠 촬영에 격분한 남성은 민원대의 자리에서 일어서 유리창을 손바닥으로 쾅 소리가 나게 여러 차례 치면서 촬영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악성 민원인 역할을 맡은 공무원 분을 금천경찰서 가산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끌고나가는 모습/사진=오석진 기자
주민센터에 실제 업무를 보기 위해 방문한 민원인들은 훈련 시작 전 고지를 받았지만 실감 나는 상황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한 여성은 훈련이 모두 끝나고 악성 민원인 역할을 맡은 공무원에게 "너무 착하게 생겼는데 연기를 잘해서 놀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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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훈련은 △폭언·욕설 △폭행 △기물파손 △위험물 소지·위협 등 비상 상황에서 각 역할을 숙지하고 실제 상황에서 대응능력을 향상하는 데 중점을 뒀다. 특이한 민원이 발생하면 통합 민원팀장이 담당자를 대신해 보디캠 녹화를 알린 뒤 촬영을 시작하고, 다른 공무원은 피해 공무원을 민원인과 분리하는 역할을 맡는 식이다.
공무원을 향한 악성민원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폭언·폭행·성희롱 등 민원인의 위법 행위는 2018년 3만 4484건에서 2021년 5만 1883건으로 1.5배가량 늘었다. 경기 김포시청 공무원은 지난달 5일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해 8월에는 경기 화성에서 고성을 지르던 민원인을 응대하던 공무원이 어지러움을 느끼다 쓰러져 사망했다.
금천구 관계자는 "작년과 올해도 실시했던 훈련이다"며 "공무원들 민원 문제에 대해 중대하게 인식하고 있고 앞으로도 훈련 시기가 되면 해당 훈련을 지속해서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장 일각에선 불성실한 대민 서비스 때문에 악성 민원이 나오기도 한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허정아 가산동 주민센터 동장은 "공무원들의 응대 과정에서 일반 민원이 악성 민원으로 변화하기도 한다"며 "이런 양상을 막기 위해 우리 공무원들도 민원인의 입장과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하고 안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민원인의 마음과 감정에도 공감적인 태도로 응대할 수 있는 자세를 배양하도록 직원 교육도 할 예정"라고 덧붙였다.
23일 오전 10시 시행한 악성민원 대비 모의훈련에서 가산동 주민센터 통합민원팀장이 민원인에게 보디캠 녹화를 알리는 모습/사진=오석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