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고 정우주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덕수고와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이닝을 마무리한 후 미소짓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주창훈 감독이 이끄는 전주고는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와 신세계 이마트가 공동 주최한 '2024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덕수고에 5-8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다.
경기 후 만난 주창훈 감독은 "(정)우주가 팔이 조금 무거웠다. 그 탓에 던질수록 팔이 낮아졌다"며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붕 떠 있었다. 수비와 주루에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 패인을 짚었다.
적장 정윤진 덕수고 감독의 찬사는 괜한 것이 아니었다. 우승 후 정윤진 감독은 가장 먼저 "오늘(22일) 경기는 매우 어렵다고 생각했다. 사실 감독으로서 절대 티를 내면 안 될 것 같아 말씀 못 드렸다"며 "전주고는 정말 좋은 팀이다. 올해 무조건 우승할 것 같다. 오늘은 우리에게 운이 있었을 뿐이지 전주고가 우승할 수 있는 팀이라는 걸 분명히 느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전주고 유격수 엄준현이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덕수고와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안타를 치고 나가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전주고 주창훈 감독이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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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위태한 지방 고교야구팀의 롤모델로도 삼을 만하다. 벌써 십수 년째 지방 고교야구팀들은 인구 절벽과 수도권 쏠림 현상으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신생아 수는 23만 5039명에 불과했다. 한국 야구 황금 세대로 불리는 1988년생이 63만 3092명,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문동주(21·한화 이글스), 김도영(21·KIA 타이거즈)이 태어난 2003년 신생아 수가 49만 543명에 달했던 것을 떠올리면 더욱 실감이 간다.
여기에 개인 트레이닝 센터 등 수도권에 더욱 좋은 야구 인프라가 조성되고 있어 서울로 야구 유학을 떠나는 선수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유망주들이 몰린 탓에 서울 지역 명문 야구부에서는 2학년은 돼야 경기에 나서고 3학년이 돼도 학교 사정에 따라 제 포지션에 나서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주고는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실력만 뒷받침된다면 1학년부터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출전 기회를 무기로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하고 있다. 학교 내에 기숙사가 있어 한눈팔기가 쉽지 않고 학교 차원에서 야구부를 위한 식단을 고려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총 동문회의 적극적인 후원과 관심도 선수들의 어깨를 으쓱하게 한다.
이렇게 탄생한 대표적인 사례가 156㎞ 에이스 정우주였다. 백봉초(남양주리틀)-건대부중을 졸업한 정우주는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신일고 소속이었다. 신일고에서는 좋은 구위에도 12경기 평균자책점 2.45, 22⅓이닝 15사사구(13볼넷 2몸에 맞는 볼) 34탈삼진으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다. 주창훈 감독은 그런 정우주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엄준현과 함께 지난해 8월 데려왔다. 결승전 선발로 나선 10명의 선수 중 4명(정우주, 엄준현, 윤도연, 김서준)이 이렇게 만들어졌다.
전주고 정우주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덕수고와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강릉고 시절 박지훈. 지난해 박지훈은 고교 첫 등판임에도 최고 시속 144㎞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만으로 덕수고에 7이닝 1자책 호투를 펼쳤다. /사진=김동윤 기자
주창훈 감독은 "처음에 (정)우주를 스카우트할 때 아버님에게 정말 혹사하지 않고 우리 한국야구를 위해 중요할 때만 던지게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며 "올해 2월까지는 공도 못 만지게 했는데 1이닝만 던지고 싶다고 해서 연습경기에서 12구를 던졌다. 그때 시속 150㎞ 이하의 공이 하나도 없었다. 직구 구속도 구속이지만, 회전수가 정말 좋아서 정타를 맞은 적이 손에 꼽는다. 고등학생들이 치기 힘든 공을 던진다"라고 말했다.
그라운드 밖에서는 제2의 정우주, 제3의 정우주가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배 결승전에서 덕수고를 상대로 7이닝 6피안타 3볼넷 4탈삼진 2실점(1자책) 호투를 펼쳤던 강릉고 박지훈(17)이 전주고에 합류했다. 190㎝의 큰 키로 1학년부터 시속 145㎞의 빠른 공을 던진 좌완 서주안(18)도 올해 왼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MCL) 수술을 받고 유급을 선택해 내년 복귀를 노리고 있다.
비록 첫 전국대회는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전주고의 미래가 밝은 이유다.
전주고 야구부가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덕수고와 2024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준우승한 직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