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아일릿, 뉴진스 카피했다"…하이브는 침묵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4.04.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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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인천공항세관 홍보대사에 위촉된 그룹 뉴진스가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홍보대사 위촉식 행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3.22. photocdj@newsis.com /사진=최동준[인천공항=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인천공항세관 홍보대사에 위촉된 그룹 뉴진스가 2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밀레니엄홀에서 열린 홍보대사 위촉식 행사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3.22. [email protected] /사진=최동준


걸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의 경영권을 두고 민희진 대표와 최대주주인 하이브의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다. 하이브 (203,500원 ▲3,500 +1.75%)는 민희진 대표와 A 부대표에 대한 감사 착수와 함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 발송 및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했고, 민 대표는 '신인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가 사건을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23일 엔터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는 이날 오전 민희진 대표와 A 부대표 등에 대해 경영권 탈취를 시도해온 정황을 파악하고 감사권을 발동했다. 감사팀은 어도어 경영진의 전산자산(컴퓨터 등)을 회수했고, 대면 진술 확보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도어는 2021년 하이브가 자본금 154억원을 출자해 만든 가수 레이블이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유명 아이돌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맡은 민희진 대표가 이끌고 있다. 민 대표가 데뷔시킨 뉴진스는 2022년 데뷔와 함께 K팝 대표 걸그룹으로 올라섰고, 어도어도 지난해 매출액 1103억원의 기획사로 성장했다. 지분은 하이브가 80%, 민희진 대표 18%, 기타 경영진이 2%다.

경영권 탈취 해명 없이 뉴진스 카피 주장나선 민희진 대표
지난 22일 하이브의 주가는 전일대비 7.8% 급락한 21만2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75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그만큼 어도어를 둘러싼 내분 우려가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민 대표는 언론에 "음악산업과 문화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에 대한 공개적 입장을 밝힌다"고 공식 입장을 전했다.

그는 "지난 3월 여성 5인조 아이돌그룹 아일릿이 데뷔하자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등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했다"며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는 빌리프랩이라는 레이블 혼자 한 일이 아니며 하이브가 관여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류의 등장으로 뉴진스의 이미지가 소모되었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어도어 및 뉴진스의 몫"이라며 "어도어는 하이브 및 빌리프랩에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했지만 구체적 답변을 미루며 시간을 끌다 직무를 정지하고 해임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민 대표는 "어도어는 뉴진스가 일궈 온 문화적 성과를 지키고, 더 이상의 카피 행위로 인한 침해를 막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아이돌 콘셉트에 저작권? 있다면 주인은 어도어? 민희진 대표?
엔터 업계는 아이돌 콘셉트에 저작권이 있는지에 대해 우선 갸우뚱하고 있다. 매년 수십명의 아이돌이 청순, 섹시, 걸크러쉬 등을 내세워 데뷔하지만 직접적으로 "카피했다"며 문제 삼는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아이디어, 노하우 등은 그 자체가 저작물로 인정되지 않는다. 또 저작권 침해 여부는 △창작성 △실질적 유사성 △의거성을 두고 판단하기 때문에 단순히 비슷해 보인다는 점으로는 침해를 주장하기 어렵다.

설사 콘셉트 저작권이 있다하더라도 그 주인이 어도어인지 민희진 대표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뉴진스의 소속사는 어도어이고, 어도어의 최대주주는 하이브이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뉴진스의 성공 공로를 인정받아 어도어 주식의 콜옵션(매도청구)을 행사해 18%의 지분을 확보했고, 별도의 현금 보상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 대표의 이번 입장은 뉴진스, 어도어, 민희진 대표 자신을 모두 동일시해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콘셉트 저작권의 주인이 어도어일 경우, 어도어의 최대주주가 하이브인 만큼 문제 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침묵하는 하이브, 감정보다는 증거 수집 및 검증으로 사건 해결 전략

하이브는 이날 감사권 발동에 대해서만 시인할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또 민 대표의 공식입장문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민 대표의 입장에 대한 반박이 자칫 어도어 경영권 탈취에 대한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민 대표와 경영진이 받은 의혹은 △측근 A씨가 직위를 이용해 하이브 내부 정보를 대거 어도어에 넘겼고 △어도어 독립에 필요한 비공개 문서, 영업비밀 등을 어도어 측에 줬고 △어도어 경영진들이 경영권 탈취 목적으로 취득한 핵심 정보 및 사업상·인사상의 비밀을 외부에 유출했다는 의혹 등이다. 하지만 민 대표는 하이브가 문제 삼는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해명을 하지 않았다.

엔터 업계는 하이브가 이날 회수한 전산 자산을 분석한 내용을 토대로 공식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1위 연예 기획 상장사인 하이브 입장에서는 단순히 문제에 대한 반박보다 어떻게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지에 대한 과정을 보여줘야만 증권 시장의 설득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엔터 업계는 오는 5월 컴백 예정인 뉴진스의 정상적인 활동 여부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하이브도 어도어의 활동 중 요청이 없는 한 뉴진스의 활동을 그대로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분쟁이 뉴진스 활동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만약 경영진의 개인 이슈로 뉴진스의 활동을 막는다면 이는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며 "최악을 가정해 뉴진스의 활동이 중단 돼도 하이브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10% 미만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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