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오른쪽) 국민의힘 의원의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발표를 마친 뒤 이석하며 발언대로 안내하고 있다. 2024.04.22. [email protected] /사진=조수정
윤 대통령이 국내에서 출입기자의 질문을 직접 받은 건 지난해 11월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문답) 중단 이후 약 1년5개월 만이다. 총선 패배를 계기로 소통 강화 등 국정운영 방식에 대대적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인사 발표 후 "질문 있으시냐"며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았다. 외교일정 수행 중 질문을 받은 적은 있지만 국내 정치현안에 대해 브리핑룸에서 질의 응답을 했던 적은 2022년 8월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처음이었다. 약식문답을 기준으로도 1년5개월 만이다. 취임 다음 날인 2022년 5월11일 윤 대통령이 자청해서 문을 열었던 도어스테핑은 같은 해 11월18일 한 기자의 소란 사태가 벌어졌던 61번째 출근길 문답을 마지막으로 194일 만에 중단되고 말았다. 그동안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질문을 받지 않고 국무회의 등으로 일방적 메시지만 전달한다는 비판이 지속됐지만 바뀌지 않다가 총선에 참패한 이후 달라진 셈이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제가 지난 2년 동안에 중요한 국정과제를 정책으로서 설계하고 또 집행하는 쪽에 업무의 중심이 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런데 이제 어느 정도 우리가 나가야될 방향, 정책, 이런 것들은 세워져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국민들께 좀 더 다가가서 우리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서 더 설득하고 소통하고, 또 이러한 정책 추진을 위해서 야당과의 관계도 더 설득하고 소통하는 데 주력을 하겠다는 그런 뜻으로 이해를 해주시면 되겠다. 그러기 때문에 정진석 전 부의장 같은 분을 비서실장으로 모신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와 회담할 때는 어떤 의제로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초청했다기보다 이재명 대표의 얘기를 많이 들어보려고 용산 초청이 이뤄진 것"이라며 "여야가 많이 극명하게 차이가 났습니다만 일단 서로 의견을 좁힐 수 있고 합의할 수 있는 이런 민생 의제들을 찾아서, 민생안정을 위해서 할 수 있는 몇 가지라도 좀 하자는 그런 얘기를 서로 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듣기 위해서 초청을 한거니까 어떤 의제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하게 한번 서로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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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04.22. [email protected] /사진=조수정
윤 대통령은 이날 "신임 비서실장을 여러분께 소개하겠다"며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 사실은 소개가 필요없을 정도로 여러분도 잘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 신임 실장의 이력을 자세히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먼저 사회생활을 기자로 시작 해서 한국일보에서 15년 간 기자로서 근무했고 주로 정치부에서 국회출입을 많이 하고 워싱턴 특파원도 하고 논설위원을 하다가 나오셨다"고 밝혔다.
이어 "2000년도에 16대 국회에 진출해서 5선 국회의원을 하셨고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서 당에서도 비대위원장과 공관위원장도 하셨고, 또 국회부의장과 사무총장 같은 국회직도 하셨다"며 "그래서 우리나라 정계에서도, 여야 두루 아주 원만한 그런 관계를 가지고 계시다고 여러분도 아마 잘 아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비서실장으로서 용산 참모진들 뿐만이 아니라 내각, 당(국민의힘), 야당, 우리 언론과 시민사회, 이런 모든 부분에 원만한 소통을 하면서 직무를 잘 수행해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왼쪽 두번째) 국민의힘 의원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발표를 위해 함께 입장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이관섭 비서실장. 2024.04.22. [email protected] /사진=조수정
정 의원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미국·캐나다 방문에 동행했으나 일정을 앞당겨 전날 귀국했다. 정 의원은 귀국 직후 윤 대통령과 관저에서 만나 식사를 하며 비서실장직을 제안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임 비서실장 후보에 정 의원은 꾸준히 거론돼왔다. 정 의원은 5선에 국회부의장을 지냈고 이명박 정부때 청와대 정무수석을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맡아 정무형 비서실장에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 의원은 윤 대통령과 동갑인 1960년생으로 윤 대통령의 선친인 고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와 같은 충남 공주 출신이어서 '고향 친구'라 불리기도 한다. 계파색이 옅고 친화력이 좋은 점도 비서실장으로 거론돼온 이유다.
정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인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박수현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당내에서 누구보다 경륜이 풍부한 만큼 원외 지원보다는 윤 대통령과 국회를 잇는 핵심 가교 역할로 정 의원이 발탁된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은 정권 1~2년차를 김대기, 이관섭 등 정통 관료 출신 비서실장들을 임명했으나 이번에는 정치인 출신 비서실장을 선택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도 알려졌다. 대국민 소통 등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민심을 움직일 수 있는 정치적 역량 발휘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