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마치고 36시간째 근무…한계 다다른 교수들 "우리도 나간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4.04.20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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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병원 모습/사진=뉴스1서울의 한 대학병원 모습/사진=뉴스1


의정갈등으로 불거진 의료공백이 한계를 넘어선 데다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메웠던 교수들도 이탈 조짐을 보이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20일 뉴시스에 따르면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전날 저녁 회의를 열어 25일로 예정된 교수 사직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으면 예정대로 25일부터 교수 사직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기간 비상 의료 상황에서 교수들은 정신적·신체적 한계를 맞았고 이로 인해 외래·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가 재조정됐다"고 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선 교수들이 물리적·체력적 한계에 직면해 "더는 못 버티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교수들마저 이탈하면 환자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주요 대학병원에서 중증 환자와 희귀난치병 환자를 주로 책임지는데 주요 병원에서도 이탈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이다.

주요 병원의 한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 췌장암 환자의 경우 중증도가 높아 입원 환자들이 많은데 혼자 이들을 다 진료 중"이라며 "외래 예약으로 오는 신규 환자는 아예 진료 볼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간 당직 후에도 진료, 검사, 수술 등으로 36시간 연속 근무 중"이라며 "더는 못 견디겠어서 25일이 되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병원의 간담췌외과 교수는 "원래 환자가 많았던 주요 병원에서는 신규 중증 질환자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비상진료 대책으로 상급종합병원에 공중보건의를 파견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공보의가 하는 일이 심전도 검사, 소변줄 빼기, 환자에게 수술 동의서 사인 받기 등"이라며 "현장 경험 자체가 크게 부족한 데다 의료 사고 우려도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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