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윤 대통령, '의료개혁' 언급만으론 사태 해결 못 해…새 논의 기구 마련을"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2024.04.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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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정례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정례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과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되 합리적 의견을 더 챙기고 귀 기울이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가 "현재의 상황은 (이런) 단순한 언급과 표현으로 해결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성근 의협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17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총선 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께서 입장을 발표하셨지만, 현재의 의정 대치 상황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안타까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의료 개혁을 달성하기 위해 의료계와 정부, 사회가 당장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결정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당장 시작해도 언제 좋은 결론을 맺을 수 있을 지 모를 어려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병원을 잠시 떠나 있는 전공의들과 미래 의학자를 꿈꿔야 할 학생들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대로라면 내년에 전문의 2800명, 의사 3000명이 배출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 이탈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던 유기적인 국내 의료체계의 '고장'을 일으켰다며 "의사 수의 7%인 전공의가 빠진 것은 그 숫자가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붕괴를 야기하는 것"이라며 "대체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지금의 상황이 길어지면 교수들의 사직서 수리 여부와 상관없이 경영의 압박으로 많은 대학병원이 구조조정과 도산의 위기에 빠질 것"이라며 "보건의료계열, 행정직군 등 우리의 동료들이 직장을 잃고 중증, 응급 환자들을 돌볼 수 없게 된다. 제약 등 산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경제에도 큰 타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사진=[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사진=[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이번 브리핑에서도 의협 비대위는 의대 정원 증원의 중단과 별도의 기구를 통해 의사 수 증원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김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증원을 멈추고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기구에서 새로 논의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꿔달라"고 대통령실에 거듭 요청했다. 의료공백과 이로 인한 경제 악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대통령뿐이라고 강조하면서 "의사들 역시 이런 위험성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지금이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판단한다"며 "이권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충정"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브리핑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최근 정부의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더불어민주연합이 제시하는 '민·의·당·정 4자 협의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국민 보건의료개혁 공론화 특위' 등에 대한 참여를 두고 "차기 의협 집행부의 결정"이라거나 "논의 안건이 명확하지 않아 특별히 밝힐 의견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다만, 김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의원 당선인이 주도하는 '4자 협의체'만큼은 "(김윤 당선인이) 많은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주요 인물"이라며 "임현택 차기 의협회장 당선인을 포함해 의료계 대부분은 김윤 의원 주관의 여러 위원회를 보이콧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의사 수 추계 위원회처럼 의대 정원만 국한된 위원회라면 의료계와 정부 측 인사가 1대1로 구성되거나 적어도 의사가 반수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며 "사회단체, 정부 단체가 많아야 하는 위원회도 있지만 의사 수 추계는 일본도 22명 중 15~16명이 의사로 구성되어 있다. (의료계 인사가) 절반 이상 포함되도록 요청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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