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 러시아 금속 제재로 알루미늄 9%↑…러·중 밀착 강화될 수도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4.04.1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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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알루미늄과 구리, 니켈 제재에 나서면서 알루미늄 가격이 9% 넘게 급등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제재가 실제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려우며, 오히려 거래소가 있는 중국과 러시아의 밀착이 강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런던금속거래소 /사진=블룸버그런던금속거래소 /사진=블룸버그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트레이더들이 미국과 영국의 러시아 금속 제재에 반응하면서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알루미늄 가격이 역사적인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12일 미국 재무부는 "미국과 영국 정부의 공동 조치로 시카고상업거래소(CME)와 런던금속거래소(LME)는 4월 13일 이후 생산된 러시아산 알루미늄과 구리, 니켈의 거래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15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알루미늄 가격은 1987년 최대 상승폭인 9.4% 급등했으며 니켈 가격도 8.8% 올랐다. 유동성이 큰 데다 최근 글로벌 수요 증가로 강세를 보여온 구리 가격은 상승폭이 보다 완만했다.

블룸버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자원 조달을 억제하기 위한 이번 제재가 러시아의 금속 판매를 막지 못할 것으로 보이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재편되고 있는 원자재 시장의 불확실성만 증가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 동우선물의 트레이딩부문 책임자인 정지아는 "가격 반응은 제재가 러시아 금속의 서방 시장 유입을 감소시킬 수 있는 우려에 의해 증폭됐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비철금속의 주요 공급자로서 글로벌 니켈 공급의 6%, 알루미늄 공급의 5% 및 구리 공급의 4%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금속제련공장/사진=블룸버그중국 금속제련공장/사진=블룸버그
일부 트레이더와 금속업계 관계자는 이번 미국과 영국의 러시아산 금속 제재가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 루살(RUSAL)과 니켈 생산업체 노릴스크니켈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생 이후 글로벌 금융시스템에서 멀어졌으며 글로벌 금속업계가 지난 2년 동안 제재에 대비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업계 전문가 대부분은 이번 제재로 러시아산 금속의 중국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루살 매출에서 중국 비중은 2022년 8%에서 2023년 23%로 급증한 반면, 유럽·미국 비중은 감소했다.

원유 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이 러시아의 원유 수출을 제재하자,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크게 늘리면서 지난해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원유수입국 자리를 차지했다.

또한 이번 제재는 중국 상하이선물거래소가 러시아산 알루미늄, 니켈 및 구리를 거래하는 유일한 거래소가 되게 함으로써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중국은 철광석, 알루미늄 등 국제 원자재 시장의 큰 손이지만, 그동안 LME·CME의 영향에 가려 가격결정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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