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AFPBBNews=뉴스1
이정후가 장타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에도 여느 홈런 타자와 다름없는 6년 1억 1300만 달러 계약을 따낸 건 콘택트 기술과 선구안 덕분이었다. 이정후는 데뷧 첫 2년을 제외하고 항상 한 시즌 볼넷이 삼진보다 많았다. 그 결과 KBO리그 통산 884경기를 치르는 동안 383개의 볼넷을 볼라내고 304개의 삼진에 당했다.
2020년 이후에는 이정후의 방망이는 더욱 정교해져서 그 흔한 헛스윙조차 잘하지 않게 됐다. 이정후의 미국 진출이 확정된 후 미국 통계 분석 업체 SIS(Sports Info Solution)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정후의 지난 2년간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89.6마일(시속 144.2㎞)로 KBO리그 1위였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미국에서도 이정후를 어려워 하는 것이 느껴진다. 쳤다 하면 정타(시속 95마일 이상의 빠른 타구)에 좀처럼 방망이를 헛돌리는 법이 없으니 한 구, 한 구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스탯캐스트에 따르면 이정후의 헛스윙률은 7.8%로 메이저리그 최상위 2%에 해당했다. 메이저리그 평균 타자들의 헛스윙률이 24.8%라는 것을 떠올린다면 그야말로 이정후의 위엄이라 볼 수밖에 없다. 지극히 헛스윙을 하지 않는 통에 자연스레 삼진도 보기가 어려운 이벤트가 됐다.
이정후. /AFPBBNews=뉴스1
오히려 1회말 첫 타석에서 바깥쪽 하단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밀어쳐 우전 안타를 만들었다. 3회말 두 번재 타석 역시 스트라이크 존 안으로 들어오는 두 개의 공을 놓치기도 했으나, 결국 바깥쪽 직구를 노려 메이저리그 데뷔 첫 2루타를 생산했다. 5회말 상대 선발의 제구가 흐트러져 존 안에 들어온 공이 하나도 없을 때는 꿈쩍도 하지 않다 볼넷으로 출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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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평균 타구 속도는 시속 93.2마일, 정타 비율은 52.5%로 각각 메이저리그 상위 13%, 14%에 속해 이정후는 시즌 초반 다소 부진한 스타트에도 많은 기대를 받고 있다.
9일 MLB.com은 4월 8일까지 이룬 성적과 앞으로 기대되는 성적을 바탕으로 총 43명의 패널이 참여한 2024년 메이저리그 신인왕 후보를 공개했다. 이정후는 1위 표 3장을 받고 총점 기준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4위에 올랐다. 투표 당시 기준으로 타율 0.205로 성적이 저조했음에도 기대 wOBA(Weighted On-Base Average·가중 출루율)가 0.320로 높은 점, 낮은 헛스윙, 삼진 비율로 KBO 리그에서처럼 변함 없는 모습이 이유가 됐다.
MLB.com은 "한국에서 통산 타율 0.340을 기록한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39타석에서 타율 0.205, 출루율 0.267, 장타율 0.282를 마크했다"며 "하지만 그는 하드 히트(정타) 비율 54.1%로 위력적인 타격과 뛰어난 헛스윙률(7.8%)과 삼진 비율(8.2%)을 보여주고 있다. 환상적인 콘택트 타자로서 명성에 부응하는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은 공을 띄우는 것이다. 이정후의 올 시즌 평균 발사각도는 4.1도로 메이저리그 평균인 12.2도에 한참 밑돌고 있다. 땅볼 비율이 57.5%로 메이저리그 평균 타자들의 땅볼 비율(44.6%)보다 높은 이유다. MLB.com는 "이정후는 자신의 아버지(이종범) 앞에서 메이저리그 첫 번째 홈런을 쳤던 3월 31일 경기처럼 타구를 더 자주 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앞으로 활약의 관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