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바꿔치기로 외국인에 2배 바가지…광장시장 다시 가보니[르포]

머니투데이 최지은 기자 2024.04.0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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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필수 관광지로 거듭난 광장시장 또다시 구설수…외국인들도 "변화 필요" 지적

지난달 10일 한 유튜버는 외국인 친구와 광장시장을 찾았다가 '신종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재했다. 유튜버 일행은 5000원어치 고기만두 1인분을 주문했으나 상인은 "믹스!"라고 외치더니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섞어 1만원어치 음식을 내놨다. 해당 유튜버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신종 사기로 외국인들이 엄청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사진=유튜브 '맛집남자' 채널  지난달 10일 한 유튜버는 외국인 친구와 광장시장을 찾았다가 '신종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재했다. 유튜버 일행은 5000원어치 고기만두 1인분을 주문했으나 상인은 "믹스!"라고 외치더니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섞어 1만원어치 음식을 내놨다. 해당 유튜버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신종 사기로 외국인들이 엄청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사진=유튜브 '맛집남자' 채널


"떡볶이랑 빈대떡을 먹었는데 맛이나 가격 측면에서 매력적이진 않은 것 같아요."

8일 낮 1시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만난 커린씨(40)는 직전까지 앉아있던 노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친구 3명과 함께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는 그는 "국수를 먹으려 했는데 1인당 무조건 한 그릇을 시키라고 하더라"며 "조금씩 사서 맛보고 싶은데 혼자서 다 먹지 못할 음식을 인원수대로 시켜야 한다는 점이 별로였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커린의 친구는 "길거리 음식도 인원수대로 시켜야 하는 게 한국의 문화냐"며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커린은 "길거리 음식인데 싱가포르보다 더 비싼 것 같다"고 밝혔다.



일명 '바가지 논란'으로 누리꾼의 공분을 산 광장시장이 다시 한번 논란이다. 일부 상인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메뉴 주문을 강요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달 10일 한 유튜버는 외국인 친구와 광장시장을 찾았다가 '신종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재했다. 유튜버 일행은 5000원어치 고기만두 1인분을 주문했으나 상인은 "믹스!"라고 외치더니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섞어 1만원어치 음식을 내놨다. 해당 유튜버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신종 사기로 외국인들이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8일 기자가 찾은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 불어 등 각국의 언어가 사방에서 들렸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음식을 손에 들고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 상점 앞에 길게 줄을 서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8일 기자가 찾은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 불어 등 각국의 언어가 사방에서 들렸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음식을 손에 들고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 상점 앞에 길게 줄을 서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8일 기자가 찾은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 불어 등 각국의 언어가 사방에서 들렸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음식을 손에 들고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만족한다는 의견이었지만 일부는 상인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계 친구와 함께 프랑스에서 한국을 찾았다는 에스더씨(39)는 "지난해에도 광장시장에 왔었는데 그때는 강제로 메뉴를 주문하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추가로 주문했다"며 "이번에는 그런 태도는 사라졌지만 서비스가 그리 좋진 않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에스더씨 테이블에는 빈대떡 두 접시와 김밥 한 통이 비워진 채 놓여있었다. 그는 "중국, 동남아 등의 사람들을 보면 상인들의 불친절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한국인들에게도 광장시장의 물가가 싸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행사 가이드로 관광객들과 매주 1번씩 광장시장을 찾는다는 김모씨(55)는 "조그마한 빈대떡 하나에 2만원 하니 한국인에게도 싼 물가는 아니다"며 "체감상 외국인 관광객이 는 지난해부터 물가도 덩달아 오른 듯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중 다수는 틱톡 등 SNS(소셜미디어)나 넷플릭스에 나오는 한국 영상을 보고 광장시장을 찾았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 가게에 앉아 음식을 시켜먹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외국인 관광객 중 다수는 틱톡 등 SNS(소셜미디어)나 넷플릭스에 나오는 한국 영상을 보고 광장시장을 찾았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 가게에 앉아 음식을 시켜먹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외국인 관광객 중 다수는 틱톡 등 SNS(소셜미디어)나 넷플릭스에 나오는 한국 영상을 보고 광장시장을 찾았다고 했다. 독일에서 온 말린씨(25)는 "틱톡에서 영상을 보고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먹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한국을 찾은 아보씨(72) 가족은 "한국과 관련한 영상을 보는데 한국의 문화가 좋게 느껴졌다"며 "떡볶이, 잡채, 빈대떡 등을 먹었는데 우리는 음식을 강요하는 건 느끼지 못했다. 일부 사람들의 문제 같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요 관광지로 거듭난 만큼 보다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광장시장을 찾은 설모씨(30)는 "오늘 떡볶이, 순대 등을 먹었는데 맛이 기대에 못 미쳐 깜짝 놀랐다"며 "전통 시장이 갖는 매력 중 하나는 값싼 가격과 상인들의 정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값싸지만 알찬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광장시장은 지난해부터 비싼 가격, 카드 구매 불가 등 상술로 비판받았다. 이에 서울시와 광장시장 상인회 측은 메뉴판 가격 옆에 정량을 표시하는 '정량 표시제'를 도입하는 등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광장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해당 영상을 인지하고 있다"며 "(문제 발견 시) 이전에는 영업 정지했었는데 앞으로는 영업을 아예 못 하도록 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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