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일 한 유튜버는 외국인 친구와 광장시장을 찾았다가 '신종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재했다. 유튜버 일행은 5000원어치 고기만두 1인분을 주문했으나 상인은 "믹스!"라고 외치더니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섞어 1만원어치 음식을 내놨다. 해당 유튜버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신종 사기로 외국인들이 엄청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사진=유튜브 '맛집남자' 채널
8일 낮 1시쯤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만난 커린씨(40)는 직전까지 앉아있던 노점을 가리키며 말했다. 친구 3명과 함께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여행을 왔다는 그는 "국수를 먹으려 했는데 1인당 무조건 한 그릇을 시키라고 하더라"며 "조금씩 사서 맛보고 싶은데 혼자서 다 먹지 못할 음식을 인원수대로 시켜야 한다는 점이 별로였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커린의 친구는 "길거리 음식도 인원수대로 시켜야 하는 게 한국의 문화냐"며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커린은 "길거리 음식인데 싱가포르보다 더 비싼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달 10일 한 유튜버는 외국인 친구와 광장시장을 찾았다가 '신종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의 영상을 게재했다. 유튜버 일행은 5000원어치 고기만두 1인분을 주문했으나 상인은 "믹스!"라고 외치더니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를 섞어 1만원어치 음식을 내놨다. 해당 유튜버는 "외국인을 상대로 한 신종 사기로 외국인들이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8일 기자가 찾은 광장시장은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 불어 등 각국의 언어가 사방에서 들렸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음식을 손에 들고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 상점 앞에 길게 줄을 서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외국인 관광객 대부분은 만족한다는 의견이었지만 일부는 상인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국계 친구와 함께 프랑스에서 한국을 찾았다는 에스더씨(39)는 "지난해에도 광장시장에 왔었는데 그때는 강제로 메뉴를 주문하라고 해 어쩔 수 없이 추가로 주문했다"며 "이번에는 그런 태도는 사라졌지만 서비스가 그리 좋진 않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에스더씨 테이블에는 빈대떡 두 접시와 김밥 한 통이 비워진 채 놓여있었다. 그는 "중국, 동남아 등의 사람들을 보면 상인들의 불친절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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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에게도 광장시장의 물가가 싸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행사 가이드로 관광객들과 매주 1번씩 광장시장을 찾는다는 김모씨(55)는 "조그마한 빈대떡 하나에 2만원 하니 한국인에게도 싼 물가는 아니다"며 "체감상 외국인 관광객이 는 지난해부터 물가도 덩달아 오른 듯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중 다수는 틱톡 등 SNS(소셜미디어)나 넷플릭스에 나오는 한국 영상을 보고 광장시장을 찾았다고 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 가게에 앉아 음식을 시켜먹고 있다./사진=최지은 기자
미국에서 한국을 찾은 아보씨(72) 가족은 "한국과 관련한 영상을 보는데 한국의 문화가 좋게 느껴졌다"며 "떡볶이, 잡채, 빈대떡 등을 먹었는데 우리는 음식을 강요하는 건 느끼지 못했다. 일부 사람들의 문제 같다"고 말했다.
광장시장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주요 관광지로 거듭난 만큼 보다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광장시장을 찾은 설모씨(30)는 "오늘 떡볶이, 순대 등을 먹었는데 맛이 기대에 못 미쳐 깜짝 놀랐다"며 "전통 시장이 갖는 매력 중 하나는 값싼 가격과 상인들의 정이라고 생각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값싸지만 알찬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광장시장은 지난해부터 비싼 가격, 카드 구매 불가 등 상술로 비판받았다. 이에 서울시와 광장시장 상인회 측은 메뉴판 가격 옆에 정량을 표시하는 '정량 표시제'를 도입하는 등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광장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해당 영상을 인지하고 있다"며 "(문제 발견 시) 이전에는 영업 정지했었는데 앞으로는 영업을 아예 못 하도록 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