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애국소비 민낯?…연휴 극장가, 미·일 영화에 점령당했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4.08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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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 영화수요 기록 청명절 연휴, 중국 관객 절반이 미야자키하야오 작품에 몰려

미야자키 하야오미야자키 하야오


사상 최대 영화관람 실적을 기록한 중국의 지난 청명절 연휴 박스오피스의 압도적 승자는 일본과 미국 영화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인들의 극단적 애국소비 경향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면에서는 다른 흐름이 나온다. 한한령 이후 힘을 쓰지 못하는 한국 콘텐츠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국가영화전문국에 따르면 청명절 연휴 중 지난 4~6일 사흘간 중국 박스오피스 수입은 8억5000만위안(약 1586억원)으로 역대 같은 연휴 기간 중 사상 최대규모를 기록했다. 이 기간 중국 내 영화 상영횟수는 총 138만2400회, 관객수는 2105만9200명에 달했다.



이 중 수입 3억9000만위안으로 청명절 수요의 무려 46%를 점유한 압도적 1위는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였다.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또 한번의 은퇴번복작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신비로운 세계에 우연히 발을 들인 소년에게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점유율 기준으로 보면 이 기간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본 중국인 관람객 수는 무려 970만여명으로 추정된다. 국내서 지난해 10월 개봉 후 누적 관객 수가 약 201만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작품에 대한 차원이 다른 중국 내 인기가 가늠이 된다.



2위이자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과 더불어 '유이'하게 억대 수입을 올린 작품은 할리우드 영화 '고질라X콩:뉴 엠파이어'(哥斯拉大戰金剛2)로 2억3700만위안의 수입을 냈다. 상당한 격차지만 3위 역시 할리우드 영화 '쿵푸팬더4'(功夫熊猫4)로 4829만위안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기록했다. 중국 영화는 4위 '풀과 나무의 세계'부터 리스트 상단에 등장한다.

중국 영화계는 또 한 번의 대목인 5월 첫 주 '노동절' 연휴에 앞서 23편의 신작이 공개되는 가운데, 이 중 5개의 중국 영화 기대작이 개봉한다고 밝혔다. 홍콩과 본토를 아우르는 작품들이다. 그럼에도 당분간 중국 영화계엔 할리우드 바람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서도 콘텐츠 측면에서는 압도적으로 추종하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애국소비 민낯?…연휴 극장가, 미·일 영화에 점령당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본격화한 한한령으로 묶인 한국 콘텐츠산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영화와 공연예술, 음악 등은 사실상 중국 정부로부터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 오프라인 공연은 물론 한국 드라마가 중국 현지서 공식 방영되지 못한지 이미 1년이 지났다.


일부 드라마는 심의를 통과하고도 편성 허가를 받지 못했다. 대중의 선택을 받기 이전에 이미 보이지 않는 규제에서 걸러진다는 의미다. 정부 차원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며 길이 열린다면 얼마든지 중국 콘텐츠 시장에서 다시 영역을 확보할 수 있다.

직접 공개되진 않지만 중국 인민들 사이에서 K콘텐츠의 인기는 여전하다. 지난달 23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아이돌그룹 뉴진스의 팬미팅 행사는 이를 잘 보여준다. 엄정한 과정을 거쳐 사전 선정된 수백명의 중국 열혈 팬들이 참석해 열광했고, 베이징 시내 대형 쇼핑몰에도 뉴진스의 방중을 환영하는 광고가 게재되기도 했다.

앞서서는 씨엔블루의 멤버 정용화, 스트레이키즈, 르세라핌, (여자)아이들 등도 중국 현지서 팬사인회를 진행했다. 현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공연 등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팬 관리 행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건 그만큼 중국 팬들이 압도적인 구매력을 지금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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