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핸접" AI스님이 고민 상담…강남 한복판 MZ 만난 불교 축제

머니투데이 김지성 기자 2024.04.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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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상 팝아트·인기개그맨 '불경 리믹스'…"색다른 경험" MZ 문화 파고들까

4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사진=김지성 기자4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사진=김지성 기자


"여기서 AI(인공지능) 부처가 고민 상담해준대(웃음). 줄 서자."

4일 오후 1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 1층 전시관 앞. 불교를 주제로 한 미술 작품 앞 PC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PC 화면에는 '고민상담소'라는 제목과 함께 말 주머니에 '고민을 입력해보세요'라는 문구가 표시됐다. 시민들은 "남자친구 언제 생기나요?" "논문 잘 쓸 수 있을까요?" "불확실한 미래가 걱정돼요" 등 고민을 적었다. 몇초 뒤 불교 경전의 한 구절을 인용해 각 고민에 맞는 답변이 제공됐다.



이 부스 앞에서 만난 김모씨(31)는 "AI 부처님이 상담해준다는 게 재미있어서 요즘 가장 고민되는 내용을 입력했다"며 "획기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마음을 잡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마련된 고민상담소. /사진=김지성 기자'2024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 마련된 고민상담소. /사진=김지성 기자
대한불교조계종이 주최하는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불교문화 축제로 2013년 시작했다. 올해 주제는 '재밌는 불교'다. '불교' 하면 떠오르는 차분하고 전통적인 분위기에 젊은 감성을 더했다. 전시 중 챗 GPT나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프로그램이 마련됐고 그룹 하이키, '뉴진스님' 개그맨 윤성호 등이 출연한다.



불교는 젊은 세대에게 다소 생소하거나 오래된 문화였지만 최근에는 색다른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에게 오히려 '힙한' 문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절에서 묵는 템플스테이나 연등회 등 전통 불교 문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박람회는 평일 오후 시간임에도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로비에는 목탁 소리와 함께 합장을 한 스님들, '성불'이라고 쓰인 금색 풍선을 든 젊은 세대, 생활 한복을 입은 노인들이 한 데 섞였다.

행사장 밖에선 싱잉볼 체험, 매듭 만들기, 요가 등 체험 행사 부스에 줄이 이어졌다. 직접 만든 비바리움 인증샷을 찍던 박모씨(93)는 "SNS(소셜미디어)에서 행사 포스터를 보고 왔다"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빙고 이벤트용 스티커를 준다. 체험할 것도 많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말했다.


'붓다아트페어'가 진행되는 전시관은 불상을 소재로 한 금속 공예, 조각 공예부터 MZ세대에게 익숙한 일러스트, 팝아트 작품까지 다양한 미술품이 전시됐다. 시민들은 엽서나 부채, 손거울, 키링 등 굿즈에 관심을 보였다.

한 전시관에서 작품을 영상으로 찍던 대학생 윤모씨(25)는 "싱잉볼 체험을 했는데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 들어 신기했다"며 "불교를 색다르게 접근하니 젊은 사람들이 많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소원으로 완성하는 꽃살문'에 소문을 적고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시민들이 '소원으로 완성하는 꽃살문'에 소문을 적고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
'소원으로 완성하는 꽃살문' 게시판에 소원을 쓰던 미대생 최모씨(24)는 "불교 미술에 관심이 있어서 왔다"며 "1시간째 돌아보는 중인데 전통 불교 공예품도 많고 힙한 굿즈도 많아 재미있다"고 했다.

붓다아트페어 내 '솔담공방' 부스에는 부처를 소재로 한 포스터가 전시됐다. MZ세대가 많이 찾는 성수동, 연남동 등지 인기 카페에 등장할 법한 분위기의 작품이었다.

이 부스를 운영한 황두현 작가는 "전통문화를 오래 그리다 새로운 시도 중"이라며 "주변에서 '불교 믿는 사람은 나이가 많은데 이런 포스터로 인테리어를 하겠느냐', '성상인데 어렵지 않겠냐' 등 염려가 많았는데 하고 싶어서 했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 준다"고 말했다.

동화 분위기의 일러스트 작품을 그린 김백설 작가는 "7년째 나오고 있는데 올해는 유독 젊은 세대가 많아 분위기가 다르다"며 "나이가 어린 불자, 불자가 아니더라도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 거 같다"고 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경북 구미 대둔사 주지 서원스님은 "올해 MZ세대에 맞춘 프로그램이 많고 젊은 불자님들도 많이 온 것 같다"며 "작품 수준도 고급화하고 새로운 걸 많이 받아들여 (이전보다) 젊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황두현 작가 부스에서 시민들이 작품을 구경 중이다. /사진=김지성 기자황두현 작가 부스에서 시민들이 작품을 구경 중이다. /사진=김지성 기자
이날 저녁에는 '뉴진스님'으로 인기인 개그맨 윤성호씨가 찬불가에 EDM을 입힌 'DJ 불경 리믹스' 행사를 진행한다. SNS상 이른바 '꽃스님'으로 불리는 화엄사 범정스님은 '힙한 불교'를 주제로 법문을 얘기할 예정이다. 박람회는 오는 6일까지 열린다.

서울국제불교박람회 관계자는 "과거 젊은 세대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진 전통 불교문화가 색다른 경험을 중시하는 MZ세대 기호를 충족시켜 관심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불교문화에 젊은 감성이 더해진 이른바 '힙한' 박람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백설 작가가 부처를 주재로 한 일러스트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김백설 작가가 부처를 주재로 한 일러스트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사진=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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