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의 어벤져스급 사외이사…삼성전자가 눈여겨볼 점은? [차이나는 중국]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2024.04.0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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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TSMC 사외이사 현황/그래픽=윤선정TSMC 사외이사 현황/그래픽=윤선정


엔비디아발 AI 열풍에 글로벌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 주가가 상종가를 지속하고 있다. TSMC 시가총액은 7273억달러(약 982조원)를 돌파하며 글로벌 상장기업 중 9위로 올랐다. 미국 외 기업 중에서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에 이어 2위다.

TSMC는 지분구조가 상당히 분산된 기업이다. 이는 설립자인 모리스 창이 1987년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대만 국가개발기금의 투자와 필립스의 기술 출자에 힘입어 TSMC를 설립한 영향이다.



TSMC의 정식 명칭은 '대만반도체 제조회사'(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로 한국통신(KT·Korea Telecom)처럼 공기업 느낌이 물씬 나는 것도 같은 이유다. 1992년 TSMC가 민영화되면서 대만 정부의 보유 지분은 약 6.4%로 줄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TSMC를 빼면 대만을 논할 수 없을 정도로 연관성이 깊다.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선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걸출한 인물들로 구성된 사외이사들이 눈길을 끈다. 이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눈 여겨 볼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TSMC의 글로벌 거물급 사외이사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는 점유율 61.2%로 1위를 차지했다. 3분기(57.9%) 대비 점유율이 확대됐다. 삼성전자는 2위를 차지했지만 점유율은 11.3%에 그쳤다.

글로벌파운드리 시장 점유율/그래픽=김다나글로벌파운드리 시장 점유율/그래픽=김다나
TSMC의 사외이사 6명은 글로벌 반도체 업계 거물로 단연 눈길을 끈다. 먼저 피터 본필드 경은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 전 회장이며 네덜란드 NXP 반도체의 창업 회장이다. NXP는 2021년 삼성전자의 인수설로 주목받았던 기업으로 차량용 반도체 글로벌 선두 기업이다. 본필드 경은 일본 소니와 스웨덴 에릭슨의 이사도 역임하는 등 전자업계의 베테랑이다.

마이클 스플린터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 전 최고경영자(CEO)이며 인텔의 부사장을 역임한 반도체 업계 거물이다. 모셰 가브리엘로프는 지금은 AMD에 인수된 자일링스의 전 CEO이며 EDA(전자설계 자동화)업체 케이던스(Cadence)의 부사장을 역임했다.


대만 델타전자의 하이잉쥔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것도 독특하다. 델타전자는 서버 전원공급장치를 생산하는 업체로 대만 상장기업 시총 7위(약 269억달러)다.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미국 MIT 총장을 지낸 라파엘 리프도 TSMC 사외이사다. 리프 전 총장은 스탠포드대학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3개의 특허를 보유한 전기공학자다.

6명의 사외이사 중 천궈츠만 반도체와 관련이 없다. 천 이사는 TSMC의 법무총괄을 역임했으며 싱가포르, 미국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률 전문가다. IT 업계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을 사외이사로 구성한 TSMC는 전직 관료, 재무전문가, 교수 등을 주로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로이터=뉴스1/로이터=뉴스1
아직 TSMC의 2023년 사업보고서가 발표되지 않아 2022년 사업보고서를 찾아봤다. 6명의 사외이사 중 외국인 이사 4명의 연봉은 모두 1576만7972대만달러(약 6억6200만원)였고 대만인 이사 2명의 연봉은 각 1320만대만달러(약 5억5400만원)이다. TSMC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면 연간 5억~6억원의 보수를 받는 셈이다. 이는 삼성전자 사외이사 보수의 약 3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TSMC가 사외이사에 높은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그만큼 이들이 갖춘 기업 경영 역량과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 1년 연봉을 5억~6억원 넘게 받은 TSMC 사외이사는 이사로서의 의무에도 충실했다. 2022년 TSMC가 개최한 5번의 이사회에서 사외이사의 참석률은 모두 100%다. 외국인 이사 4명도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대만까지 날아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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