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2021년 5월12일 구속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설범식 이상주 이원석)는 지난달 28일 진행한 박 전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횡령·배임 혐의 등 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금호터미널의 2016년 당시 평가가격을 회계법인에 의뢰해 다시 도출하기로 사실상 확정했다. 재판부는 오는 16일 공판에서 박 전 회장 측과 검찰의 입장을 최종 수렴해 평가를 의뢰할 회계법인을 선정할 전망이다.
판결문에는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누적적자 등으로 어려워진 금호그룹을 재건하기 위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보유한 금호산업을 되찾으려는 과정에서 금호터미널이 보유한 5000억원 규모 임대차보증금을 금호산업 주식 인수대금으로 활용하려고 자신의 개인회사에 저가매각했다는 점이 적시됐다.
항소심 재판부가 금호터미널 적정가격을 다시 따지기로 한 것은 2016년 당시 매각가격 2700억원이 저가가 아니었다는 회계법인의 최근 의견서를 박 전 회장 측이 지난해 말 추가로 제출하면서다. 재판부는 당초 올 1월25일 선고공판을 예고했지만 의견서 검토를 위해 변론을 재개했다.
박 전 회장 측이 금호터미널 적정가격 재평가 주장을 이어가는 것은 다분히 시간끌기용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박 전 회장은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가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져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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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가 회계법인에 금호터미널 적정가치 평가를 재의뢰할 경우 재판 선고는 최소 6개월~1년 이상 늦어질 전망이다. 박 전 회장 사건 항소심은 2023년 11월 시작돼 1년 4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박 전 회장 측이 고의적으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것인지 추가로 다툴 만한 사안이라고 확신하는지 사정은 알기 어렵지만 평가가격을 낮추려고 압력을 행사한 게 1심에서 인정된 상황에서 8년여 전 재산가치를 재평가받자고 주장하는 것은 다분히 의심을 살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호터미널 광주 부지 내 유스퀘어 부동산과 터미널 사업권은 지난달 광주신세계에 4700억원에 매각됐다. 금호터미널 내에서 광주신세계가 백화점으로 영업하고 있는 부분은 이번 매각 대상에서 제외됐다. 2016년 금호터미널을 금호기업이 인수했을 때 광주신세계가 지급했던 전세보증금 5270억원은 부채로 잡혀 자산으로 인식됐다. 실질적인 양수도 대상 물건은 2016년 당시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