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력 코스닥맨 정운수, 법무법인 화우에서 '밸류업'미들맨으로

머니투데이 박수현 기자 2024.04.0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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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수 전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정운수 전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증권 시장이 고도화되면서 기업이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실행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거래소에서 상장, 공시 관련 업무를 했던 경험을 살려 법무법인 화우에서 기업과 상장 준비, 사후 관리, 경영 전략 수립 등을 해나가면서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정운수 전 한국거래소 부이사장은 여의도에서 '코스닥통'으로 불렸다. 증권 시장이 한창 활황이었던 1990년 한국거래소의 전신인 한국증권거래소에 입사해 홍보, 기획, 상장심사 등 다양한 부서를 두루 거쳤다. 특히 코스닥시장본부에선 부장, 본부장보(상무), 본부장(부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10년 넘게 시장 활성화에 이바지했다. 그는 2021년 코스닥시장본부장을 끝으로 30년간의 직장 생활을 마쳤다.



지난 1일부터 법무법인 화우에 고문으로 합류한 정 전 부이사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과거 상장 심사 업무를 하면서도 규정을 안내하고 기업이 시장으로 진입하도록 돕는 일이 보람차다고 생각했다"라며 "거래소에서는 심판자의 입장이라 직접 조언을 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같은 시장 참여자로서 기업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과거 정 전 부이사장은 코스닥 시장에서 투자 활성화와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는 "우수한 기업들이 수월하게 코스닥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확대하고 업종별 기술평가 심사기준을 만들었던 것"이라며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의 기술평가를 단순화하는 등의 작업을 했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어 "코스닥 시장에 규모가 큰 기업이 진입해야 시장이 성장하기 때문에 기업 유치에도 노력을 기울였다"라며 "당시 코스닥 시장에 셀트리온헬스케어나 카카오게임즈 등을 끌어왔다"고 말했다. 또 "한편으로는 투자자 유치를 위해서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금융 허브에서 코스닥 기업들의 해외 IR(기업 설명)을 활성화하고 합동 IR을 진행했던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노력에 코스닥 시장에 대한 인식은 과거보다 개선됐다. 정 전 부이사장은 "과거에는 상장을 말할 때면 코스피 시장을 지칭하는 경우가 많았다. 코스닥 시장의 이미지가 좋지 않았고 시장과 기업에 대한 홍보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규모가 큰 기업이 많이 들어왔고 신뢰도도 높아지면서 투자자의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정 전 부이사장은 법무법인 화우에서 상장 준비, 사후 관리, 성장 전략 수립 등 기업의 '밸류업'(Value-up)을 돕는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부이사장은 "상장이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 있다"라며 "창업 초기부터 상장을 대비해 내부 제도나 회계 상황을 점검하고, 컨설팅 받는다면 보다 손쉽게 상장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상장 이후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정 전 부이사장은 "결국 상장 이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기업 가치 제고와 성장에 애로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상장을 했더라도 회계나 내부통제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위험 요소를 미리 제거할 수 있는 자문을 하고자 한다"라고 했다.

이어 "결국 상장 기업이 커나가기 위해서는 비슷한 기업을 인수·합병(M&A) 하든지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여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라며 "기업이 스스로의 가치를 높여가면서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돕겠다. 앞으로는 기업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큰 보람이 될 것 같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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