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오후 5시쯤 상하이 최대의 번화가 난징동루 인근에 위치한 디브 폴로(DIV POLO) 매장. /사진=박수현 기자
'디브폴로'(DIV.POLO). 국내에도 익숙한 폴로 랄프로렌의 로고와 이름을 살짝 변형한 브랜드였다. 기존 브랜드명에 알파벳을 추가하고 말을 탄 사람이 스틱을 위로 든 로고에서 스틱 그림만 쏙 뺐다. 노란 조명을 켠 매장 곳곳에는 '최대 90% 세일'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붙었다.
지난달 3일 오후 5시쯤 상하이 난징동루 보행가 양옆으로 애플, 삼성전자, 화웨이 등 유명 브랜드의 매장이 늘어서 있다. /사진=박수현 기자
이들 매장은 브랜드명뿐만 아니라 제품 디자인도 정품을 그대로 베꼈다. 이곳에서 파는 의류나 패션잡화에는 별다른 장식이나 프린트가 없었고 폴로 랄프로렌의 상징인 말을 탄 선수가 그려진 로고 하나만 박음질돼 있었다. 다른 점은 로고의 상세한 디자인이나 색감, 제품의 품질, 가격 정도였다.
가짜 브랜드는 온오프라인에서 소비자를 눈속임하면서 영업을 이어간다.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 디브폴로를 검색해보니 '짝퉁인가 진짜인가', '어느 나라 브랜드인가' 등이 연관 검색어로 나왔다. 진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짝퉁이 아니라 폴로에서 영감을 받은 중국 브랜드"라는 황당한 답변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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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영업 행태에 현지인도 분통을 터트린다. 중국 리뷰 플랫폼인 디엔핑에는 디브폴로 매장에 대해 "일 년 내내 90% 세일을 하는 곳", "여행객을 속여서 장사하는 곳", "간도 크게 가품을 판다", "제품 품질이 너무 안 좋아 한 번 입었는데 못 입게 돼서 버렸다" 등의 평가가 달렸다.
중국의 가짜 무인양품(왼쪽)과 가짜 스타벅스 매장 모습. /사진=바이두
앞서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인 무인양품을 베낀 브랜드도 논란이 됐다. 중국의 가짜 '무인양품'은 정식 브랜드와 같은 이름을 내걸고 영업하다가 오히려 정식 무인양품 브랜드에 상표권 소송을 걸어 일부 품목에 대해 승소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가짜 '무인양품'과 정식 '무인양품' 모두가 영업 중이다.
중국에서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지만 짝퉁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승찬 용인대 중국학과 교수는 "중국의 산업 전략 자체가 전반적으로 '고양이를 보고 호랑이를 그리면 된다'는 생각에 따라 외국 브랜드나 서비스, 제품을 자국 상황에 맞게 변형시켜 도입하는 식으로 발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정품과 100% 똑같은 제품을 만든다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 등에서 대응할 텐데 '디브폴로' 사례와 같이 약간 다르지만 비슷한 브랜드에 대해서는 정식 브랜드가 소송을 걸어서 해결해야 한다"라며 "일부 부도덕한 사업가들에게 '우선 돈을 벌면 된다'는 생각이 여전히 있어서 이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