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사직, 은행에 불똥?…의협 회장 "주거래 은행 바꾸자" 지령, 왜

머니투데이 박정렬 기자, 김남이 기자 2024.03.2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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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선출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이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증을 든 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선출된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회장이 26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당선증을 든 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이 의사들에게 "주거래 은행을 바꾸자"며 특정 은행을 '공개 저격'했다. 의사들만 받을 수 있는 대출 상품에 대한 루머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단순 해프닝이란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의사들이 전문성을 감안해 우대 금리로 대출받는데 이어 또다시 '특혜'를 바라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의사 전용 대출 상품인 '닥터론'의 대출 만기를 연장할 경우 전문직군 자격이 상실돼 일반상품으로 대출이 전환될 수 있다. 즉, 기존 조건으로 갱신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닥터론은 의사나 의대생, 전공의(인턴, 레진던트) 대상의 전용 대출 상품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와 최대 4억원에 달하는 높은 한도가 부여돼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 "전공의 대출을 회수한다"는 오해가 퍼지며 은행들이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지난 18일 가계 여신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닥터론을 포함해 로이어온, 전문직 무보증 대출 등의 비대면 상품을 리뉴얼한 KB국민은행은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이 전날 자신의 SNS에 '공개 저격' 글을 올리며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페이스북 캡쳐/사진=페이스북 캡쳐
임 당선인은 이 글에서 "KB국민은행이 전공의들 닥터론 대출을 회수한다고 한다. 의사들을 이에 분명한 보답을 해야겠다"며 "선배 개원의들은 일단 건강보험 청구 들어오는 통장과 주거래 은행부터 타은행으로 옮겨 주시기 바란다"고 '보복'을 지시했다. 해당 게시물은 28일 오후 2시 현재 좋아요 1100개, 동참하겠다는 내용의 댓글은 120여개가 달렸다.



의사들의 공격 대상은 KB국민은행만이 아니다. 신한은행은 최근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 자신의 소속을 이곳이라 밝힌 이가 쓴 글이 의사들 사이에 공유되며 '불매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글쓴이는 "퇴직한 의사들 대출 상환 통지하고 기한 이익 상실(만기일 이전 대출금을 일시에 회수하는 것) 때리자"며 "전공의들은 아직 돈 많이 벌 때가 아니라 절대 못 갚는다. 신용불량자 되기 싫으면 말 듣겠지"라고 의사들의 '심기'를 건드렸는데 애꿎은 신한은행까지 불똥이 튄 것이다.

KB국민은행은 "닥터론은 현재도 영업점을 통해 언제든 상품 가입이 가능하다"며 "닥터론을 포함한 가계대출의 경우 대출받은 고객은 기본적으로 대출의 만기까지 사용할 권리(기한의 이익)가 있다. 대출 만기 시 전문 직군과 같은 특정 자격이 상실돼도 일반상품으로 전환해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현재 해당 커뮤니티에 등록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지만 게시물의 내용은 은행의 공식 입장과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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