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거래소 상장심사 평균 76일… '파두 사태'로 더 길어지나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4.03.2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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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연도별 평균 상장심사 기간. /그래픽=조수아 기자.한국거래소 연도별 평균 상장심사 기간. /그래픽=조수아 기자.


최근 5년간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 기간이 지속해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평균 상장심사 기간은 75일을 넘었는데, 2019년과 비교하면 1개월 이상 길어졌다. 지난해 하반기 터진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으로 올해 상장심사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두 역시 상장 규정상 심사 기한을 넘긴 사례였는데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 제도 개선을 조속히 단행해 상장심사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상장심사 지난해 최초 70일 돌파… 4년 전보다 31일 늘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소의 평균 상장심사 기간은 75.6일로 집계됐다. 4년 전인 2019년 44.2일보다 31.4일 늘었다. 상장심사 기간은 최근 5년간 계속 길어졌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70일을 넘어섰다.



지난해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187곳이다. 이 중 28곳에 대한 상장심사가 아직 진행 중이다. 올해 거래일만 계산해도 상장 규정에서 정한 상장심사 기간 45일을 넘겼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규정에 따르면 거래소는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접수한 날부터 45일(영업일 기준) 내에 심사 결과를 해당 기업과 금융위원회에 서면으로 알려야 한다. 다만 신청서 또는 첨부서류 정정 및 보완이나 추가 심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통지 기한 연장이 가능하다.



연도별 상장심사 관련 통계. /그래픽=조수아 기자.연도별 상장심사 관련 통계. /그래픽=조수아 기자.
지난해 7월27일 상장예심 신청서를 제출한 노브메타파마 (20,500원 ▲450 +2.24%)와 이엔셀에 대한 심사는 8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코스닥 상장을 신청했다. 당뇨병·콩팥병 치료제 개발사인 노브메타파마는 2015년 코넥스에 상장한 뒤 2018년부터 코스닥 이전상장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노브메타파마는 에스케이증권제8호스팩 (2,240원 ▼35 -1.54%)과 합병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하지만 상장심사가 지연되면서 스팩 합병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노브메타파마와 에스케이증권8호스팩 매매 거래는 지난해 7월28일부터 정지된 상태다.


이엔셀은 줄기세포 의약품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이엔셀은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앞서 전문 평가 기관 두 곳에서 기술성 평가를 진행했는데 모두 A등급을 획득했다. 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상장심사를 철회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캡스톤파트너스, 이지서티, 피노바이오 등 7곳이 신청서 제출 6개월이 지나 심사를 철회했다. 거래소의 심사 지연, 미승인 결정, 회사 내부 사정 등에 따른 것이다.

파두 사태로 상장심사 더 길어지나?… "의도적 지연 아냐"
파두가 지난해 10월 공시한 분기별 매출 추이. 2023년 1분기 177억원이었던 매출이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100만원으로 급감했다. /자료=파두 2023년 3분기 보고서.파두가 지난해 10월 공시한 분기별 매출 추이. 2023년 1분기 177억원이었던 매출이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100만원으로 급감했다. /자료=파두 2023년 3분기 보고서.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하반기에 불거진 파두 (20,150원 ▲1,210 +6.39%)의 '뻥튀기 상장' 논란이 이어지면서 상장 문턱이 더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인 파두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주관 아래 지난해 8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기술특례상장을 활용한 파두는 3월10일 심사를 청구해 6월22일 승인 통보를 받았다. 거래소가 73일 동안 심사를 벌였으나 매출이 급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파두는 지난해 11월 크게 악화된 실적을 공시하며 상장을 위해 실적을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파두가 공시한 3분기 매출은 3억2100만원, 영업손실은 148억2100만원이었다. 같은 해 2분기 매출은 5900만원에 불과했다. 한때 2조3000억원에 육박했던 시가총액은 82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사기 상장 논란까지 불거지자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파두와 NH투자증권에 이어 이날 한국투자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소속 직원들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IPO(기업공개) 주관업무 혁신 작업반'을 꾸려 파두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에도 착수했다. 작업반은 IPO 주관업무와 관련한 내부통제, 기업실사, 공모가액 산정, 영업 관행, 증권신고서 작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아무래도 증시가 활황일 때에는 상장 요건의 경계선이 있는 기업들의 상장 시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상장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협의가 진행되면서 심사 기간이 늘어나게 되는 측면이 있다. 거래소의 의도적인 심사 지연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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