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깔고, 선수 키우고' 국가별 불붙은 바이오 경쟁력 확보전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4.03.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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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 육성…국내 생산 2025년 200조 규모 확대
美·EU, 국가 차원 위원회 출범…민관 협력 증진 및 세부 지원책 마련
브라질·멕시코, 자국 내 생산 생산 활성화·수출 역량 강화에 집중

'판 깔고, 선수 키우고' 국가별 불붙은 바이오 경쟁력 확보전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주류 산업으로 부상한 바이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별 움직임이 줄을 잇고 있다. 한층 커진 시장 규모와 치료 및 삶의 질 향상이라는 공통의 수요 공략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 배경이다.

27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최근 국내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 멕시코, 브라질 등은 바이오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잇따라 발표했다. 산업 육성에 기본 전제가 되는 규제 개선과 투자 확대는 물론, 중장기 인프라 조성을 위한 작업에 나서는 분위기다.



가파른 기술 발전에도 불구 여전한 미충족 수요가 존재하는 특성에 바이오 산업은 줄곧 주목받아왔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그 가치를 입증하며 시장 전망을 더욱 밝힌 상태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바이오 시장 규모는 2020년 5041억달러(약 680조원)에서 2027년 9114억달러(약 1230조원)로 연 평균 7.7%의 성장률이 전망된다.

이에 바이오 산업 육성은 각 국가별 단골 소재였지만, 최근 잇따라 관련 정책이 쏟아지며 새삼 주목받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의 중국 바이오 산업 집중 견제가 이뤄지면서 자국 내 특화 역량 강화에 한층 힘을 실은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민생토론을 위해 찾은 충북 청주에서 바이오 산업 육성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특히 첨단바이오 분야 예산을 대폭 확대해 2021년 43조원 규모였던 국내 바이오 생산 규모를 2035년 200조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위치한 충북 오송에 'K-바이오 스퀘어'로 재조성한다. 다수 바이오 기업을 비롯해 교육 및 연구기관과, 병원 등이 어우러진 국내 대표 클러스터로 만든다는 목표다. '세계 바이오산업의 요람'으로 꼽히는 미국 보스턴 클러스터의 한국형 모델이 목표다.

오는 7월에는 인공지능(AI) 신약과 디지털 치료제, 첨단 의료기기 등 차세대 바이오 산업에 대한 적극적 투자가 골자인 '첨단바이오 이니셔티브'를 수립해 발표한다. 이어 2027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AI 바이오 과학영재학교를 개교한다는 계획이다. 또 바이오 소부장 산업에 1조6000억원의 규모의 민간 투자가 차질없이 이뤄지도록 지원한다.


미국은 지난 22일 자국의 바이오 기술 및 제조 리더십 발전을 위한 '국가바이오경제위원회'를 출범했다. 9개 연방부처 및 기관이 위원으로 참여해 산업 육성을 통한 생산성 강화에 정부와 민간 협력을 도모하는 것이 목표다. 2022년 9월 바이오 산업 육성을 통해 2030년 30조달러의 경제적 파급효과 달성하겠다는 '바이오 행정명령'의 후속 조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는 지난 20일 바이오 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연구, 규제, 투자, 표준, AI활용, 국제협력 등이 담긴 정책계획을 발표했다. 미국의 바이오 행정명령과 유사한 성격으로 △규제 간소화 및 빠른 시장접근 △스케일업 및 규제탐색 지원 △AI 활용 촉진 △민간 투자 확대 촉진 △공공투자 확대 △석유기반 제품과의 공정한 비교 경쟁 △바이오기술 및 제조 시장 확대 등 8개 세부 조치사항을 담았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보고서를 통해 "EU는 연말까지 미국과 한국 등 4개국과 '국제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파트너십' 출범을 목표로 국내에도 참여가능성을 타진해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역시 바이오 강대국들과 인증 및 허가 상호인정 등을 통한 규제 조화와 시장 진출 등에 있어 상호 협력 시너지 창출방안을 적극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남미 최대 의약품 시장인 브라질은 최근 의약품 및 의료기기 허가를 담당하는 보건규제청 3개년 정책 우선순위 발표를 통해 자국 의약품 제조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 강화 의지를 밝혔다. 우선 목표는 WHO-등재기관(WLA) 인정이다. WHO-WLA로 인정받을 경우 의약품 국제 조달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WHO 품질인증(PQ)이 예외 적용돼 수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또 자국 내 개발된 바이오시밀러와 혁신 약 수를 3년 내 20% 증가시키기 위한 지원책도 구체화 한다는 계획이다.

멕시코는 지난달 자국 내 바이오시밀러 대량 생산을 위한 업계와의 협력 계획을 발표했다. 멕시코는 지리적 특성상 북미 시장의 교두보인 한편, 합성의약품 복제약인 '제네릭'의 주요기지로 꼽히는 국가다. 최근 글로벌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허가 만료 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바이오시밀러 생산 역량 역시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연구부터 생산을 아우르는 제도적 지원에 나서는 한편, 2개의 바이오시밀러 전문가 부서를 개설해 세부 사안을 조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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