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등에 업은 토종 OTT,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까

머니투데이 김세관 기자 2024.03.2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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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서비스 OTT MAU·체류시간 기준 점유율/그래픽=윤선정국내 서비스 OTT MAU·체류시간 기준 점유율/그래픽=윤선정


국내 토종 OTT들이 야구와 축구 등 인기 스포츠 콘텐츠 독점 공급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로운 가입자 유치와 긴 체류시간을 유지해 유료 구독자 및 광고 협찬 증가에 기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서비스 질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개선되지 않으면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토종 OTT 티빙 'KBO 야구' 뉴미디어 독점 중계…쿠팡도 축구 등 서비스
CJ ENM의 통합 디지털 마케팅 기업 메조미디어가 지난 26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OTT 구독자 중 절반 이상인 53%가 실시간 스포츠 중계가 구독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1회 이상 OTT에서 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는 비율도 47%였다. 이 같은 시청자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 국내 OTT들이 인기 프로 스포츠 독점 중계 비중을 늘리고 있다.

CJ ENM (77,700원 ▲1,100 +1.44%)이 서비스하는 티빙이 3년간 1350억원을 투자해 한국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을 따낸 게 대표적이다. 그동안 국내 프로야구 뉴미디어 중계권은 네이버 등 포털플랫폼이 담당했었다.



티빙은 오는 4월30일 이후 중계를 유료화할 예정이다. 경쟁사 OTT인 쿠팡의 쿠팡플레이는 프로축구와 국가대표 축구 경기를 뉴미디어에서 서비스 중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 세계화를 위해 우리나라에서 연 2024시즌 개막전 중계도 독점으로 진행, 중계 방식 등에서 호평받았다.

포화상태 OTT 신규 가입, 스포츠 팬 확보로 수익성 UP기대
국내 OTT들이 이처럼 스포츠 콘텐츠에 거액을 투자하는 이유는 추가 가입자를 확보하고 구독자들이 장기간 채널에 머물러 수익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KB증권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수는 지난해 상반기 기준 3634만명이었다. 국내에 서비스되는 주요 OTT 합산 MAU(월간활성이용자수)가 3400여만명임을 감안하면 이미 포화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해선 새로운 콘텐츠가 필요하고, 스포츠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OTT 시장 점유율은 MAU가 아닌 총 체류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더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수 시간을 시청해야 하는 대부분 스포츠 콘텐츠 코어 구독자 확보가 중요해졌다는 것.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체류시간은 높은 관여도(Engagement)를 의미하고, 높은 관여도가 지속 가능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우여곡절 겪더라도 스포츠 콘텐츠 확보는 비즈니스 확대 기회"
다만, 스포츠 팬들의 콘텐츠 집중도가 높은 만큼 서비스 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이달 초 티빙을 통해 진행된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중계 초반 준비가 덜된 모습을 보여 야구팬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았다. 정규리그가 시작된 이후에도 중요한 순간에 중계가 잠시 중단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반면, 프로축구를 중계중인 쿠팡플레이는 축구 팬들로부터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 티빙 프로야구를 통해 유입된 구독자 및 이용자 이탈을 막고 이들의 긴 체류시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료 중계 전환 이후에도 무난한 서비스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넷플릭스를 제외하면 국내 OTT 중에서는 인기 스포츠를 독점 서비스 중인 티빙이나 쿠팡플레이의 MAU 및 체류시간 점유율이 높은 편"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우여곡절을 겪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스포츠 콘텐츠를 통한 비즈니스 확대 기회가 투자가치를 높여주는 요인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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