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자문사 5곳 중 3곳은 한미 지지…국민연금의 선택은?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4.03.26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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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 이사 선임안에 대한 국내외 자문사 의견/그래픽=조수아한미사이언스, 이사 선임안에 대한 국내외 자문사 의견/그래픽=조수아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한미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일가의 분쟁이 지속되고 있다. 개인 최대 주주가 한미 장·차남 측을 지지한다고 선언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가진 국민연금의 표심이 최대 변수가 됐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모녀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의 지분은 35%다. 지난 25일 모녀 측을 지지한다고 밝힌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한미정밀화학 임직원 모임인 한미사우회의 지분은 0.33%가량으로 모녀 측이 확보한 지분은 약 35.3%로 추정된다.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은 지분 28.42%를 갖고 있었지만 최근 개인 최대 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이 형제 측을 지지하면서 임 형제 측이 확보한 지분이 40.57%로 크게 늘었다.

형제와 모녀는 이사회 장악을 위한 양측 이사 선임안을 주총 주요 안건으로 보고 있다. 장·차남 측에선 이사진 5명에 대한 선임안을 주주제안 했고, 한미 측에선 6명 선임안을 상정했다. 많은 이사진을 확보할수록 통합을 추진·저지하는데 유리해진다.



형제 측이 지분 싸움에서 우선 승기를 잡았지만 국민연금이 모녀를 지지한다면 지분율은 다시 모녀가 유리하게 된다. 국민연금은 보통 자문사 의견을 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 국내외 주 자문사 5곳 중 3곳은 통합 찬성파를 지지하고 있다.

국민연금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는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후보 주총 안건에 모두 찬성, 임종윤 측 주주 제안은 '이사회 교착이 우려된다'며 반대를 권고했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도 한미 측 후보 6명 전원 찬성, 형제 측 5명 반대 의견을 냈다. 한국ESG평가원도 한미 측 후보를 찬성한다고 했다.

다른 글로벌 자문사 ISS는 회사 측 후보 중 3명 찬성, 형제 측 후보 2명에 찬성했다. 국내 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KCGS)은 형제 측 5명 중 4명 찬성, 회사 측 6명 선임안엔 반대가 아닌 불행사를 권고했다.


형제 측이 제기한 한미사이언스 신주발행금지 가처분도 기각됐다. 법원은 "이 사건 주식거래계약 이전의 채무자의 차입금 규모, 부채 비율, 신약개발과 특허 등에 투여돼야 할 투자 상황 등을 볼 때 운영자금 조달의 필요성과 재무구조 개선 및 장기적 R&D(연구개발) 투자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자본제휴 필요성이 존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 투자를 위해 지분을 보유했던 국민연금이 모녀 측을 지지할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것이 업계의 예측이다.

모녀 측은 경영권 분쟁 이후 안정성 확보와 주주환원 정책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피력 중이다. 임주현 사장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향후 자사주 취득, 소각을 포함한 적극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것"이라며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임상시험계획 신청이 이뤄졌고,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인 듀얼아고니스트는 MSD와 함께 2상을 진행하고 있고 한미가 자체 개발 중인 트리플아고니스트(MASH 치료제)도 글로벌 2상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형제 측도 보도자료를 통해 "개인 거래와 회사 거래가 패키지로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등 현 경영진의 컴플라이언스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점을 제고해야 한다"며 "이번 신주발행이 국민연금 보유 지분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 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오늘 회의를 진행한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오늘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가 주요 안건일지 확인하긴 어렵다"면서도 "중요한 사안일 경우 회의에서 의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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