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럼피스킨 방역이 가져온 새로운 변화

머니투데이 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2024.03.26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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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유한상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


신종·해외악성 전염병의 발생은 경제·사회·문화적으로 발생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가축에서의 발생도 마찬가지다. 이에, 발생 시 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언제나 필요하다.

지난 해 10월 19일 충남 서산 한 한우농장에서 럼피스킨이 국내 최초로 발생했다. 약 100년 전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처음 보고된 이 질병은 이후 중동, 그리스, 튀르키예를 거쳐 서쪽으로 전파됐다. 동유럽 여러 국가에서도 발생했지만 유럽연합과 함께 확산을 차단시켰다. 반면 동쪽으론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 인도, 파키스탄, 러시아, 중국, 대만을 거쳐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총 107건이 발생했고, 다행히 현재까지 발생이 없다. 그렇다고 재발생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럼피스킨은 고열, 식욕부진, 유량 감소 등과 함께 피부 및 내부 점막에 혹 덩어리가 생기는 전염병이다. 발생 시 생산성 감소, 국가 간 축산물 교역의 규제 등으로 관련 산업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유입은 예측되어 있었다. 이에 정부는 럼피스킨의 국내 유입에 대비해 해외 발생 및 방역 사례 연구와 긴급접종용 예방백신 비축 등 체계적인 방역 정책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또, 소 질병 관련 각종 학술대회 등을 통해 전문가와 축산농민 교육 등을 추진하면서 축산현장에서 럼피스킨을 처음 접할 수 있는 수의사 등 축산현장 근로자들에게 이 질병에 대한 임상학적 특성, 유입 방지를 위한 방역요령 및 발생 시의 대처 방법들을 교육·홍보했다.



럼피스킨 전문가협의체도 활용해 현장 방역 및 국가적인 대응의 효율성을 기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럼피스킨이 국내 처음으로 발생했을 당시 효율적인 방역대 설정, 긴급 백신접종, 감염우 등에 대한 살처분, 감수성 동물의 이동통제, 흡혈 곤충 등 매개체의 구제 등의 필수적인 확산억제 조치가 효율적으로 적용될 수 있었다.

특히, 전문가협의체, 생산자 단체 등과도 긴밀한 협의를 통해 국내 소 전 두수에 대한 럼피스킨 예방백신을 목표 시한 내에 신속히 접종할 수 있었다. 이러한 노력은 민·관·산이 모두 이 질병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국내 최초 발생 럼피스킨을 안정화한 좋은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국내 첫 발생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즉, 백신접종의 중요성을 알리고 부작용 발생 최소화를 위한 조치를 통해 축산현장에서 백신접종 및 럼피스킨 근절을 위해 적극적인 협조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현재 구제역 백신과 동시에 접종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시의적절한 조치로 평가된다.


이는 시범적 접종을 통한 부작용 발생의 확인 및 대책 수립, 우선 재접종지역 선정, 백신을 접종할 현장수의사·생산자단체·전문가들과의 소통, 백신접종 유예에 대한 명확한 기준설정, 백신효과 증진 및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백신접종 교육·홍보 및 보상 체계 확립, 방제 물품 및 백신접종 효율성 증진을 위한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어 소의 악성 전염병 방역을 위한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럼피스킨에 대한 국내 방역 당국의 이러한 대책 수립 및 시행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관련 문헌이나 경험 등 유례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재발생 억제를 위한 2차 접종에서는 구제역 백신과의 동시 접종이 필요한 국내 방역의 특성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국내 방역 당국은 이에 대해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방역 대책 수립 및 시행을 바탕으로 국내 가축방역의 체계를 재정립할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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